[지수원] 연기! 그것은 나의 운명
기사입력 1997년 04월 11일 16시 07분
"얘, 제가 연애인이 되다니? 그 성격에. 사람팔자 그거, 차암, 알 수가 없네." 옛친구들이 (池修媛)을 만나면 에누리 없이 내뱉는 말.. 2TV 일일드라마 '오늘은 남동풍'에 박수민역으로 출연중.연인으로 다가드는 남자친구 한지수(안정훈 분)를 야멸차게 차버린다. '일때문'이라는 명분으로.박수민은 이기주의자로 등장, 시류에 따라 변하는 가치관과 그로인한 카오스를 던져주고 있다."수민은 당초 공주병까지 곁들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공주병 신드롬'이 한물 가면서 대본이 수정된걸로 안다. 수민은 이기주의자이긴 해도 철면피는 아니다.". 아버지는 샐러리맨. 2남1녀중 장녀. 서울 태생. 신림초등학교-난곡중-상명여고-경원전문대 의상학과 졸업. 1m72, 53kg.인터부 내내 그녀는 중절모를 벗지 않았다. '중절모가 기막히게 어울리는 여자.' . 갸름한 얼굴. 말을 아낀다. 지적인 분위기"이 중절모, 도쿄에서 샀다. 첫 CF 모델료 중 거금을 떼어내... 그러나 이걸 샀던 90년도만 해도 서울에선 모자가 낯설었다. 몇년을 썩히다가 지난해부터 밑천을 뽑기 시작했다."중-고교시절 은 궤도열차였다. 신림동 집에서 용산의 학교만 오가는. 곁눈질을 못했다. '박제된 자유'가 싫지 않았다. '외톨이'였지만 급장이나 학생장이 되기도 했다. 리더십이 있었다.지금도 은 '화장실을 좋아하는 여자'로 통한다. 화장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위선도 모럴도 다 벗어 던질 수 있다. 여기다 '괜찮은 공상'은 여우까지 보탠다. 영화도 혼자보러 다닌다. 언젠가 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그 잔잔한 일상얘기가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의 본디 꿈은 사회사업가. 그래서 고교 졸업후 사회학과에 응시했지만 낙방. 재수후 무심결에 의상학과에 들어 갔다.대학때 아르바이트로 CF모델을 했다. 그러다 그룹의 CF모델 선발대회에 응시, 덜컥 붙고 말았다.수천명의 지원자중 최종합격자는 과 ."당초 화장품 모델을 원했는데 도지언이 화장품. 나는 전자제품 모델로 낙착됐다. 많이 섭섭했다."은 이내 잘나가는 탤런트가 됐다. 그런데도 은 오로지 CF모델에만 매달렸다.93년 가을. 운명은 살쾡이처럼 다가왔다. 어느날. 강우석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투캅스'로 영화배우가 된다. 빡빡한 형사 을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여자역."연기를 하면서도 별 애착이 안갔다. 그런데 '투쿱스' 개봉일에 단성사에 늘어선 인파를 봤다. 너무 행복했다. 연기는 내운명이 됐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행복할 순 없다.와 공연한 '사랑하기에 좋은 날'에선 낭패감을 맛봐야 했다. 개봉 며칠후, 은 콩콩 뛰는 가슴을 누르며 힐탑시네마로 갔다. 매표원이 그녀를 보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씨, 어떡해요. 손님어 없어서...'이밖에도 '투캅스2' '피아노가 있는 풍경' '헤어드레서' 등에도 출연했다.. 주량은 소주 1병. 죽이맞는 술친구면 그 이상도 마신다. 한달에 한번꼴로 노래방에 간다.이민규의 '아가끼'와 의 '날아라 병아리'가 단골 레퍼토리. 음치지만 혼자 즐겁다.. 아직 그 흔한 애인하나 없다. 남자친구는 물론 있다. "아직 결혼의 필연성을 못느낀다. 지적이고 심성이 좋은 남자면 좋다. 그러나 무슨 잣대가 있는건 아니다. TV드라마 '첫사랑'의 동팔이 같은 사내도 얼마나 근사한가."친구로는 탤런트 이 꼽힌다. 언젠가 TV미니시리즈 '거미'에 출연하면서 가까워졌다.짬이나면 책을 든다.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을 읽으면서 느꼈다. '세월은, 삶은 반드시 흐르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정지하기도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