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아프리카 용병3명 '창씨개명'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5시 06분
아주（阿洲） 아（阿）씨를 아십니까. 프로축구 천안 일화에는 아씨 삼형제가 있다. 아（阿）보라（28） 아（阿）드리안（22） 아（阿）그보（20）가 그들이다. 이들의 본（本）은 아프리카의 다른 표현인 아주. 파（派）는 출신국에 따라 가나공파（아보라） 자이르파（아드리안） 나이지리아파（아그보）로 나눠진다. 물론 외국 국적인 이들에게 한국식 성과 본이 있을리 없다. 이들에게 본과 파를 붙여준 `작명가'는 일화 김영진 사무국장이다. 문화 차이를 빨리 극복해 수준 높은 플레이로 팬들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창씨개명（創氏改名）을 마다하지 않은 것. 실제로 프로 스포츠에서 비슷한 발음으로 창씨와 개명은 종종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작년에 온 아보라는 물론, 올해 충청도 생활을 시작한 아드리안과 아그보의 행동이 상당히 한국적이라는 점이다. 한식인 지난 5일에는 "찬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구단 직원의 설명에 이들은 "예"로 화답,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또 천안 망향의 동산을 지날때는 고향생각 탓인지 큰 눈망울에 상념이 깃들기도 했다. 귀화 성씨 중 남쪽나라 출신은 베트남 왕의 후손인 화산 이（李）씨와 아랍인이 조상으로 알려진 덕수 장（張）씨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속에 흑인으로 추측되는 `해구'가 포함되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인이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는 기록은 없다. 따라서 비록 축구판에 한정됐지만 이들이 성과 본을 내걸은 것은 상당한 흥밋거리다. 과연 프로축구 무대에서 아주（阿洲） 아（阿）씨 문중은 번창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