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부업갖는 의사들 는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30일 15시 05분
과거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던 의사들 사이에 부업갖기 붐이 일고 있다. 최근 몇년새 경기침체로 인해 환자가 크게 줄어들자 자구책의 하나로 부업을 갖는 의사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아예 본업인 병원은 그냥 문만 열어놓을 뿐 부업에 더 열심인가 하면 한술 더떠 병원문을 닫고 아예 부업을 본업으로 삼는 경우까지 있다. 의사들이 부업으로 선호하는 업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음식점과 임대업. 서울 구로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자신의 병원 근처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에 칼국수집을 열었다. 그는 병원은 대충 문만 열어 놓은 채 부인과 함께 음식점에서 손님들의 시중을 들며 음식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병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욕심이 없다. 용돈을 벌 정도면 만족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서울 영등포에서 한때 동양 최대규모의 소아과 병원을 운영했던 명모씨는 경영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설상가상으로 의료사고 분쟁에 휘말리자 아예 병원 문을 닫고 갈비집 주인으로 변신했다. 개업 초기 장사가 잘 됐으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매출이 형편없자 가게를 다시 넘기고 본업인 의사로 컴백했다. 서울 화곡동에 있는 K병원 원장 김모씨는 경기 불황으로 환자가 크게 줄자 아예 병원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빌딩을 지어 임대업을 하는 케이스. 누적되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터여서 오히려 빌딩 임대업이 더 낫다는 계산에서 였다. 현재 그는 빌딩 근처에 건물을 임대해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인수 내과클리닉 원장은 "최근 경기 불황으로 한달에 2∼3차례 선후배나 동료들의 폐업 송별식에 참석한다"며 "동료들 가운데는 아예 병원을 그만두고 이민을 가거나 공부를 계속 해 연구소에 들어갈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의사는 "일부 유명 의사들은 경기 불황에도 비교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의 의사들이 간호사 월급이나 병원 임대료를 걱정하는 형편"이라며 "과거 의사와 결혼하려면 혼수감으로 열쇠 3개를 가져와야 한다는 말이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환자 감소와 함께 의료보험 환자에 거의 의존하는 내과 의사들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다음달 중순 개원의협의회를 구성, 현행 의료보험수가 조정 등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