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내부의 적 (9)
기사입력 1997년 03월 21일 15시 31분
사자 공화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떠버리 등 털보파 일당은 곧 천하가 이끄는 해골파와 마주쳤다.떠버리는 다짜고짜 선공을 퍼부었다.아파트에 갇혀있다가오랜만에 사파리에 나온 사자나 호랑이는 일정기간 '사고뭉치'가 된다.몇년 동안 같이 살아온 사자나 호랑이라도 오랜만에 만나면 마치 서열을 새로 짜기라도 하듯 만나는 상대마다 싸움을 건다.떠버리도 마찬가지였다.누구라도 만나면 한바탕 붙을 기세로 씩씩거리며 사파리를 돌아다니다가 천하를 만난 것이다.게다가 천하가 털보파의 원수라는 점에서 떠버리의 투지는 아침햇살보다 번뜩였다.천하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덩치도 큰 떠버리는 힘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펀치를 휘둘렀다.사자치고는 스피드가 빠른 천하는 떠버리의 '해머펀치'를 요리조리 피하며 특유의 '번개잽'을 날리면서도 상대가 누구인지 골몰히 생각했다.포철 말고는 사파리에서 자신을 노릴 사자가 없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괴한'의 정체는 금방 밝혀졌다.괴한 곁에 털보파 설악이 잇다는 점에서 그가 몇달전부터 아파트에 연금돼있던 털보파 떠버리라는 것을 알아챘다.천하는 떠버리가 공격하는 의도를 눈치챘다.자신이 예전에 해골파 두목 빠삐용을 쫓아낼 때 앞장섰기 때문이었다.일단 상대의 의도를 안 이상 찬하도 발톱을 세웠다.전날 잇었던 포처로가의 타이틀 방어전이 사육사들의 방해로 중단된 뒤 신경이 날카롭던 천하는 전광석화 같은 펀치를 날리며 송곳니를 박을 기회를 엿보았다.뒷발로 선 채 맞붙은 힘겨루기에서 떠버리는 천하를 쓰러뜨린 뒤 가슴을 두발로 눌렀다.전날 포철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그자리였다.맹수들은 싸울 때 철저하게 상대의 약점을 노린다.만약 어느 한곳에서 피가 나면 집요하게 그곳만 물고 늘어진다.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포크로 찍듯이 천하의 가슴을 누른 떠버리는 배를 물기 위해 이빨을 들이댔으나 필사적으로 뒷발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바람에 좀처럼 뜻을 이루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