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프로야구는 신바람 무대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13분
요즘 백성들은 우울하다. 노동법 파동에 이은 한보사태가 국민들의 가슴에 멍이 들게 하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아들이 제작, 주연하는 `씨 의혹 사건'이 불신의 골을 파고 있다. 꿈도 희망도 주지 못하는 정치판, 어렵다는 경제속에 숨어 있는 각종 부정부패가 양파 벗겨지듯 나오는 나라에서 사는 백성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야말로 재미없게 살아온 백성들을 신바람나게 해줄 무대가 있다. 봄이 오는 소리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춘분이 함께 할 이번 주말 국내 프로야구가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겨우내 한겹 한겹 봉우리를 만든 목련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듯 프로야구도 훈련이라는 비타민으로 부족했던 영양분을 가득 채우고 `신바람 무대'를 만들 채비를 끝냈다. 그 무대는 2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팀당 14게임씩 모두 56경기를 펼치는 시범경기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펼치는 시범경기는 올시즌 전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겨우내 목말랐던 팬들에게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더군다나 올시즌 8개구단 성적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 2년전만 해도 쌍방울, 태평양（현대） 등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팀이 있었기 때문에 전력을 분석하기도 상당히 편했다. 그러나 작년 성적이 말해주듯 쌍방울과 현대의 전력이 급상승해 이제는 쉽게 볼 상대가 없어졌다. 때문에 올 프로야구는 시범경기부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리고 올시즌에 대비해 전력을 보강한 8개구단이 어떤 무대를 만들까. 사실 올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충실한 준비를 했다. 작년 우승팀 해태는 2군을 대만에 보내 그 중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추려 하와이 전지훈련을 하면서 최고의 전력을 구축했다. 현대도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스프링캠프장에서 일본인과 미국인 코치를 고용, 42일간 전지훈련을 해 작년 문제점을 보완했다. 이종두 등 노장선수들을 보완한 쌍방울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감독 특유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통해 만만치 않은 팀을 건설했다. 한화와 롯데는 호주를 주 전지훈련지로 삼고 전력을 보강해 못해도 4강에는 들어 갈 것이라는 예상을 이끌어냈고 삼성은 플로리다 베로비치의 다저타운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옛 영광을 찾기 위한 훈련을 했다. 작년 7∼8위로 서울 팬들을 실망시켰던 LG와 OB는 괌, 오키나와와 일본 쓰쿠미, 후쿠오카에서 도약의 칼을 갈았다. 각구단 감독들이 전지훈련을 마치고 내린 평가는 대부분 작년보다 20∼30％ 정도 전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시즌 시범경기는 예년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시범경기에서는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 투수들의 컨디션을 조율하고 타자들의 타격감각과 수비하는 것 등 주로 큰 줄기만을 봐왔다. 그러나 올해 시범경기에는 정규시즌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하겠다는 것이 8개구단 감독들의 자세다. 상대타자가 잘하면 고의4구도 내보내고 번트도 대고 전술도 모두 펼쳐보겠다는 것이다. 올시즌 프로야구선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시원스런 야구를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재미없게 살고 있는 백성들을 신바람나게 해줄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