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저녁식탁 '한식-양식 대결'
기사입력 1997년 03월 12일 15시 03분
`린다를 조심하라.' 현대 선수들이 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파이어리츠구장의 주방장 아줌마 린다 레이먼（53）과 한바탕 눈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린다가 만들어준 아침과 점심 식사를 현대 선수들이 파이어리츠의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어울려 먹을때는 아주 평화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사정은 딴판이다. 현대가 선수들의 입맛과 영양 관리를 위해 피츠버그 구단의 양해를 얻어 저녁시간에 한식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교포 아주머니가 만든 한식과 린다가 만든 양식이 한바탕 인기 대결을 벌이는 것.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한식의 일방적인 KO승. 이때부터 린다는 여성 특유의 찬바람 도는 눈길로 현대 선수들에게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으라고 은근한 압력을 넣는다. 식사중 곁에 서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얼마나 먹나 감시（?）하고 눈치를 준다. 현대 선수들과 린다의 정겨운 신경전에는 이유가 있다. 린다는 10여년간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온 베테랑요리사. 철저한 칼로리 계산과 영양소 분배로 최상의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선수들에게 자신의 음식을 권장하는 것도 이런 차원. 벌써 6년째 현대의 전지훈련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린다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열심히 훈련해 현대가 올해는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