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근] 득점포 풀가동
기사입력 1997년 02월 27일 13시 56분
97시즌 계약을 둘러싸고 또한번 은퇴위기에 놓였던 수원 삼성 이기근（李基根．32）이 마음의 응어리를 털고 본격적인 그라운드 공략에 나섰다. 이기근은 26일 일본 오사카에서 벌어진 J리그 오사카세레소와의 친선경기（2대3패）에서
삼성의 2골을 혼자 잡아내며 `돌아온 골잡이'로서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비록 세레소의 한국용병 （전 일화）에게 결승골을 내줘 패하긴 했지만 만일 이기근이 아니었으면 자칫 일본프로축구에 참패를 당할 뻔했다. 사실 이기근은 이날도 경기에 나설 기분이 아니었다.
지난 25일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심정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안（기본급 월 200만원, 게임당 출전수당 200만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리서 이기근은 비통한 마음에 울음까지 터트렸다.
돈이 적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눈물겨운 재기'에 대해 구단이 너무 몰라준 설움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기근은 지난 94년말 은퇴 후 1년만에 그라운드에 복귀, 작년시즌 12골－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기근이 협상과정에서 작년보다 100％ 인상된 기본급 월 300만원과 게임당 300만원을 끝까지 고집한 것도 이같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다 훌훌 털어버렸다.
그토록 그리던 그라운드를 다시 누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을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있다.
이제 남은 목표는 득점왕의 영예를 되찾는 것.
포항제철 시절인 88년과 91년 두차례 올랐던 득점왕 고지를 다시 한번 정복해 프로축구 사상 초유의 `득점왕 해트트릭'을 달성하겠다는게 그의 유일한 꿈이다.
"실력으로 보여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