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기사입력 1997년 02월 27일 13시 49분
`1승9패로 공동 최하위.' 26일 현재 수원 삼성과 대전 현대가 FILA배 97프로농구에서 받아든 참담한 성적표다. 80년대 중반까지 국내 성인농구계를 양분했던 삼성과 현대는 프로농구 개막전 중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명문구단의 관록은 게임이 거듭될수록 급전직하를 거듭, 마치 꼴찌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투어 연패（連敗）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5연패의 삼성, 7연패의 현대. 28일부터 97한국배구 슈퍼리그 패권을 다투게 된 이웃사촌 현대자동차써비스와 삼성화재의 화려함과 대조를 이루면서 이들의 몰락은 더욱 초라해졌다. 삼성의 추락은 용병과 기존선수간의 부조화가 가장 큰 원인. 우선 포인트 가드 케빈 비어드와 센터 빈스 킹이 기대이하였다. 넓은 시야로 게임을 리딩하고 볼배급 등을 책임져야 할 비어드는 오히려 외곽에서 3점슛을 남발하거나 어시스트를 등한시했다. 10게임서 3점슈터 김희선（50개）보다 22개 많은 72개의 3점슛을 던져 팀내 1위지만 성공률은 20위권 안에 훨씬 못미치는 34.7％에 불과하다. 어시스트도 게임당 평균 3.3개에 그쳐 포인트 가드로서 낙제점이다. 킹 역시 득점과 리바운드에서는 그런대로 제몫을 했지만 인사이드 수비와 승부근성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기존선수들도 김희선 외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총체적 난국. 프로농구 출범에 가장 소극적 자세였던 현대 역시 형극의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 토드 버나드가 게임당 25.5득점 11.5리바운드로 공－수를 이끌고 있을뿐 라펠 맥길버리는 별반 전력에 보탬이 안되며 주득점원 정진영은 경험부족과 기복 심한 슛감각이 맹점. 내외곽의 유기적인 조화가 깨져 세트 오펜스는 고사하고 각개격파식 공격으로 팀어시스트가 8개팀 가운데 가장 낮은 79개. 동반추락의 비운을 맛본 삼성과 현대는 매게임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소생의 기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