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LG 미귀국자 20명 '별난사연'
기사입력 1997년 02월 26일 15시 04분
마음은 다른 선수들과 나란히 김포공항 트랩을 내린다. 그러나 눈앞엔 아직도 자갈이 구르는 괌 파세오구장이다. LG는 25일 괌 전훈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스무명의 `사연있는' 쌍둥이 식구는 여전히 괌에 남았다. 병역미필로 단수여권을 발급받은 선수 9명. 서울에 들르지 못하고 1차 전훈지 괌에서 27일 곧장 2차 전훈지 오키나와로 옮기는 이들 때문에 코치진과 구단직원, 트레이너, 식당 아줌마까지 줄줄이 발이 묶였다. 병역미필자중 최고참인 심재학（24）은 가슴이 탄다. 지난달 31일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어머니 이금자씨（62）가 아직 에 입원중이다. 곧 퇴원하리라 믿고 지난 10일 서울을 떠나왔지만 몸이 약한 어머니의 입원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틈틈이 국제전화로 안부를 챙기는게 고작인 심재학은 동료들이 누리는 짤막한 귀가가 못내 부럽다. 최선철트레이너는 `단지 그대가 총각이라는 이유만으로' 괌에 남았다. 미리미리 결혼을 해둔 김용일, 한경진 두 트레이너가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 때문에∼"를 읊어대 만만한 총각이 십자가를 졌다. "올해 내가 셋째아이를 낳아야 LG의 세번째 우승이 확실해진다"고 주장하던 투수코치는 "마지막 기회가 날아가 이제 올해안에 아이 보기는 다 틀렸다"고 볼멘 소리. 정코치는 LG가 우승했던 90년과 94년, 첫딸 아정과 첫아들 화용을 차례로 봤다. 엉뚱한 주장까지 동원했지만 신참코치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