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한국프로농구 '골밑선 휴업했나'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6시 05분
출범 20여일을 맞은 한국 프로농구에 수비농구가 실종됐다. 각팀의 매경기 득점은 100여점을 상회하고 있는 것. 기아의 경우 경기당 109점의 점수를 뽑아내고 있고 SBS도 평균 108.6점을 터뜨린다. 득점력이 가장 낮은 팀이라는 현대도 경기당 87점을 뽑고 있다. 이같은 고득점 현상은 30초였던 공격 제한 시간이 24초로 짧아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또 일부에서는 공격농구로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며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프로농구의 기형적인 고득점 현상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국내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개인기와 대인방어 능력을 노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맨투맨 마크만을 허용하는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 돌파를 시도할 경우 국내 선수들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으로 뚫고 들어갈 때 보여주는 드리블링과 풋워크（Foot Work）에 국내 선수들은 대개 손을 들고 놀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선수들이 3점슛 랭킹에서 대부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득점 랭킹에서는 용병들이 득세하게 된 것도 개인기의 절대적인 수준 미달에 따른 골밑 돌파를 외국인 선수들에게 거의 내주다시피했기 때문.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 부족과 대인방어 능력 부족에 대한 책임은 국내 지도자들에게 있다. 국내 감독들은 대부분 대인방어보다는 지역방어를 주문하며 `이기는 농구'만을 요구했고 선수들은 이러한 지역방어에 젖은 타성 때문에 헬프 디펜스나 더블팀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게 됐다. 팬들은 매경기 100점 이상이 터지는 수준 이하의 공격농구보다는 선수들의 개인기가 빛나는 수비농구를 보고 싶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