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웃음뒤에 감춰진 프로근성
기사입력 1997년 02월 13일 14시 31분
프로선수의 생활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연일 피말리는 승부에서 기필코 이겨야겠다는 승부욕만이 프로선수를 지탱시켜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다보면 스스로 선수생명을 단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판에서 성공의 요건으로 승부욕이 필요조건이라면 낙천적인 성격은 필요충분조건으로 통한다.
`미스터 스마일' 김 훈（24．인천 대우）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승부욕이 다소 모자란다는 인상이 든다.
멋진 묘기나 시원스런 3점포를 터뜨린 뒤 치아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는 모습은 당연한 일.
반면 자신의 실수나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 대해서도 허한 웃음으로 넘겨버릴 때면 팬들은 한번쯤 "과연 승부에 대한 집착이 있는 선수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그를 아는 농구인이나 동료선수들은 이같은 의구심에 뜻밖에 "노（NO）"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난 1일 프로농구 출범 이후 연일 경기가 이어져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대학시절엔 경기에 지는 날이면 으레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또 지난해 에 입단한 뒤 성적이 신통치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김 훈은 그런 속마음을 한차례도 내비친 적이 없다.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용병들이 가세하자 그는 요즘 물만난 고기처럼 다시 활개를 치며 맘껏 웃을 수 있게 됐다.
우선 대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센터진에 용병 네이트 터브스가 합류하면서 마음놓고 장거리슛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주전 가드 조성훈의 부상으로 구멍이 났던 대우의 게임메이커 자리도 마이클 엘리어트가 착실히 메워줘 슈팅기회도 그만큼 늘어났다.
12일 원주 나래전서 24득점을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된 뒤 그가 지어보이는 웃음은 여느 때와는 달라보였다.
부진의 긴 터널에서 보였던 허탈한 미소가 아닌 오랜만에 맛본 광명（光明）에서 터뜨리는 너털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