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우리의 심리 (1)
기사입력 1997년 02월 11일 18시 10분
전생에 나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중이었을 지도 모른다. 깨달음은 얻었으나 깨달음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무기력한 건지 절실히 깨닫고 죽은 땡초 중이었을 지 모른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을 지도 모른다. 정신적인 위기 상황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도 모르게 `주여, 저에게 마지막 힘을 주시옵소서！'하고 기원하게 되니 말이다. 어느 무녀에게 이런 얘기를 하니 그녀는 나보고 전생에 도인이었다고 한다. 중이든 신자든 도인이든 내가 전생에 정신의 길을 가는 존재였다고 믿는 것은 큰 힘이었다. 최소한 전생에 아무 암캐에나 붙어먹던 똥개는 아니었을 테니까. (나는 58년 개띠에 개달(?)에 태어났다.) 그렇다면 나의 미래는 어떠할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은 나의 미래를 다양하게 하겠지만, 점쟁이들은 내 손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얘기한다. 죽을 고비가 한두번 있고 잘 넘기면 장수할 테고, 두번 결혼할 팔자고 요화가 넘봐도 조강지처는 버리지 않을 거고 아이들은 다섯명 낳을테고 나이들면서 부유할 거고 말년에 한번 되게 고생하고 그 후 편안하게 살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러나 저러나 위안도 되고 조심스럽게도 된다. 전생과 미래에 대한 얘기는 아무 근거도 없고 이성적으로 밝힐 수도 없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오랫동안 진한 영향을 준다.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 혹시 그들 속에 우리를 사로잡는 우리 심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신통한 점쟁이가 있다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 만나보고 싶어하고 벌떼 같이 몰려가곤 하니 말이다.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이고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은 무의식 상태에서나 가능하다. 의식은 시간의 인과율에 의해 지배당하지만 무의식은 시간의 인과율에 지배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기(깊은 무의식의 기운)가 강한 사람들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예언을 하는 것일게다. 또 무의식은 인간의 마음 속 자연이기 때문에 자연의 이치에 정통하는 것이 우리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 보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다루는 학문이란 무엇일까? 바로 주역이다. 그래서 주역이 가장 뛰어난 심리학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도 옛날 사람들은 이러한 학문에 의지해 안팎의 자연에 순응하면서 지속적인 평안을 구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