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숙희] 불경기일수록 어려운 이 돕는 마음 아쉬워
기사입력 1997년 02월 05일 17시 10분
전직은 잘 나가던 패션모델, 현재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보살피는 선행가. 서숙희씨(38).
패션모델 출신답게 키 1m75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여전히 남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미모. 하지만 10여년간 화려함의 대명사인 패션모델로 무대에 섰던 서씨는 결혼마저 미루고 대신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느라 여념이 없다. 모델일을 하면서 모델협회 회원들로 구성된 사회봉사모임인 `미불회'를 만들어 활동했던 서씨는 이제 화려한 무대의 조명은 꺼졌지만, 여전히 사회의 그늘을 찾아다니는데 열심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393－20'이란 독특한 이름의 전통찻집을 운영하지만, 서씨의 본업은 오히려 아동보호시설과 시립요양원, 소년원 등을 찾아다니며 저마다 아픔을 안고 있는 이들을 보살피는 일이다. 찻집의 단골손님과 그 가족 등 회원 40여명으로 구성된 `선행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서씨는 매주 2∼3차례씩 회원들과 함께 정성껏 준비한 먹거리를 싸들고 수용시설을 찾는다.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 워낙 찾아주는 이들이 없다보니 저 멀리서 자동차소리만 들려도 노인분들과 아이들이 다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죠." 서씨가 가장 기쁠때는 보살피던 재소자가 출감했을 때와 수용시설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립해 찾아왔을 때. 그럴때면 전통찻집에서 즉석 파티가 벌어진다. 전통찻집의 단골손님들도 서씨를 도와 출감한 재소자나 수용시설 출신들의 취직자리를 알선하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보살피던 재소자가 출감해 결혼하면서 서씨에게 한복을 맞춰주고 식장의 가족석에 앉혔던 코끝찡한 기억도 있다. "앞으로 능력이 닿는대로 버림받은 할머니를 한 열분쯤 모실 계획입니다. 물론 저도 또 한번 태어나는 각오로 그분들을 뒷바라지할 생각이구요." 서씨는 이번 설에도 서울 후암동의 아동보호시설인 영락보린원을 방문하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전해줄 새뱃돈 봉투를 정성껏 준비중이다. 13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서씨는 지난 90년과 94년 서울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