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현대전훈 가족동반 물거품

기사입력 1997년 01월 28일 15시 34분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무난히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축구팬들의 가슴속 앙금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대표팀은 지난 25일 폐막된 호주 4개국 초청 국제축구대회에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뉴질랜드와의 최종 3차전에서는 후반 15분을 남기고 3골을 퍼부으며 3대1로 역전승, `고추장 뚝심'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에서 무성의한 행정으로 또 한차례 오점을 남겼습니다. 안내 책자 때문이었지요.
여기에는 한국팀 사령탑이 박종환 감독으로 잘못 표기돼 있는가 하면 선수들의 이름도 틀린 것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측은 행정착오가 아닌 시간부족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주최측이 지난해 11월 대표팀 명단을 요구해 왔고 당시에는 대표팀 개편을 고려하지 않았던 협회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협회는 아시안컵 참패로 최근에 대표팀이 재구성된 이후 부랴부랴 명단을 다시 통보했지만 이미 홍보물 인쇄가 끝난 상태라 더이상 손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 `남쪽나라'로 날아간 프로팀들의 동계 캠프를 가볼까요?.

◇…호주 근교 울런공에서 베이스 캠프를 차린 부산 대우는 하루 4차례씩의 `지옥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명장' 이차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우는 새벽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뉘어 강행군을 하고 있는데 선수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아예 녹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차만 감독 특유의 유머덕에 힘겨운줄 모르고 훈련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달변가로 소문난 이감독은 훈련이 끝나면 어김없이 재담 보따리를 풀어놓아 선수들의 피로를 풀어주곤 하는데 지난 25일에는 모처럼 선수들과 함께 시내의 하우스 관광에 나섰지만 이감독은 "아직 한번도 를 본적이 없는데 하우스에는 가서 뭣 하느냐"며 혼자 버스안에서 선수들의 짐을 지키는 `배려'를 아끼지 않기도 했습니다.

◇…안종복 대우 부단장은 호주의 음식사정이 여의치 않아 선수들의 입맛을 맞추느라 곤혹스러운 모습입니다. 좀처럼 이감독이 훈련 강도를 낮추지 않자 선수들의 영양에 특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입맛에 맞는 부식을 구하느라 100㎞가 넘는 시내를 오가며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것이지요.
안부단장은 "집에서 이렇게 했으면 상을 받았을 텐데…"라고 말하더군요.

◇…현대선수들은 최근 노사분규로 인해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습니다. 지난 21일 호주 로 전지훈련을 온 현대선수들은 당초 가족들을 동반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해 창단 13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보너스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4일 밤 박병재사장이 "노동법 문제로 온나라가 힘든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가족들의 행을 취소시켰습니다.
이에따라 모처럼 식구들에게 큰소리를 쳤던 선수들은 졸지에 `고개숙인 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김종식선수의 부인은 출발 당일 짐을 꾸리다가 이 소식을 접한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허탈감에 빠졌고 몇몇 부인들은 "달력에 날짜를 지워가며 기다렸는데…"라고 긴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1년내내 합숙훈련과 경기로 인해 집을 비우는 선수들로서는 모처럼만에 가장의 위신을 세울수 있는 기회를 놓쳐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전북은 `솥뚜껑 사건'이 호주 전지훈련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올해 2순위로 입단한 유강원（22．FW） 입니다.전훈 가기전 전주에서 출정식을 위해 마련한 회식자리에서 엉뚱한 짓을 한 것이지요.
고기를 굽기위해 솥뚜껑 모양의 무쇠 불판을 달구던 선수들은 유강원이 갑자기 솥뚜껑을 덥석 손으로 잡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야 했습니다. 순간 "앗 뜨거！"란 비명이 터져나왔고 선수들은 그의 행동에 웃음을 참을수 없었습니다.
유강원은 아직까지 한번도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어 본 적이 없어 찌개를 끓이고 있는 솥으로 오인, 한번 열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전북선수들은 전지훈련 중에도 `솥뚜껑'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전북의 주장 정종선이 전훈지인 호주에서 `보스'가 됐다면서요?

◇…지난 26일 전북선수단과 호주 4개국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이 동시에 쇼핑을 나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유상철 등 상당수 대표선수들이 태극마크 선배인 정종선을 보자마자 한꺼번에 몰려와 일제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것이지요. 여기까진 좋았는데 이들은 막상 옆에서 쉬고있던 전북 최만희 감독대행은 발견하지 못한채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지요.
이쯤되자 최감독은 정종선에게 "이놈아！ 네가 조직폭력배 대장이라도 되느냐"며 자존심이 상한듯 은근슬쩍 비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