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살아숨쉬는 나의 분신...
기사입력 1997년 01월 25일 15시 10분
지식인의 고뇌와 여성의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풍기는 도도한 자태. TV 수목드라마 `미망'(연출 소원영)에서 보여지는 여주인공 `태임'은 의 실제 분위기와 판에 박은듯 흡사하다. 구한말 개화기 신문명 교육을 받고 동해랑의 주인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가는 위풍당당함이 시청자들에겐 색다른 강렬함으로 와닿는다. 극중 인물이긴 하지만 `태임'에 대한 설명은 평소 채시라 자신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고고함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같다.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이나 `아들의 여자'의 악녀 `채원', 그리고 지난해 방영됐던 미스터리멜로 `위험한 사랑'의 `윤주' 등 지금껏 그녀가 그려낸 드라마속의 인물은 바로 완벽함이다. `미망'에서도 시청자들은 톱스타로서 `프로 연기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녀의 똑소리나는 연기에 감탄을 한다. "개성상인의 상혼맥을 이어가는 태임은 처녀의 몸으로 인삼거부 집안의 어른역을 당돌할 만큼 차갑게 해내는 무서운 여자예요." 채시라는 요즘 거의 매일 야외 세트가 있는 충북 보은과 민속촌 등지를 오가며 밤샘촬영에 `이한치한'의 겨울을 나고 있다. 최소한 이틀 걸러 한번씩은 촬영현지에서 숙식을 해야할 만큼 꽉 짜인 스케줄이지만 강한 연기의지는 극중에서 보여주는 `태임' 못지않다. 당초 어머니 머리방아씨 역할을 맡고있는 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바통터치를 할 예정이었다가 함께 출연하기로 하면서 신이 많아져 촬영스케줄이 더 빠듯해졌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드라마의 작품성에 온정성을 담아낼 각오예요." 채시라는 10년 연기생활중 나름대로 커다란 보람을 갖고있는 작품인 인물드라마 `최승희'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했을 만큼 시청률 보다는 배역을 중시하는 연기자다. 주말드라마 등 비중있는 작품을 마다하고 `꼭 해보고 싶었던 드라마'라며 3개월을 꼬박 무용에만 매달리는 집념을 보여줬다. `미망'은 원작의 탄탄한 극구성과 소원영 PD의 짜임새있는 연출력에 매력을 갖고 가 일찌감치 욕심을 냈던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실제로 가 가세하면서 초반의 완만한 얘기 흐름을 벗어나 빠르게 진전되고 있고 시청자들의 호응도도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있다. 한편 채시라는 최근 거론된 귀순무용수 신영희씨를 소재로 한 2TV 드라마 출연여부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미망' 후엔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