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5)
기사입력 1997년 01월 22일 16시 51분
꺽쇠가 칠성 칠복 형제를 데리고 다니며 자신을 해칠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는 쌍털은 오직 로니와의 데이트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애정 행각을 백골파에서 눈감아 준다고 생각한 쌍털은 아예 내놓고 로니를 만나기 시작했다. 꺽쇠로서는 쌍털이 과대망상에 빠진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공격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쌍털은 날이 갈수록 무덤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바로 그 무렵, 백골파의 지략가 뚝심이 꺽쇠를 불렀다. "너 요새 쌍털이를 노리고 있지?" 뚝심이 다 안다는 듯 다그쳐 묻자 꺽쇠는 부인하지 못했다. "네가 참아. 무조건 내 말대로 해." 꺽쇠는 보스 알렉산더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뚝심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에게 통보를 할 정도면 이미 칠성과 칠복에게도 손을 써놨을 게 분명했다. 사실 그랬다. 사파리의 돌아가는 일을 훤히 꿰고 있는 제갈공명 뚝심은 백골파 누구도 쌍털에게 테러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 놓은 터였다. "너는 내 말만 들어.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뚝심의 말에는 깊은 뜻이 있었지만 꺽쇠는 무심코 받아들였다. 뚝심이 말한 `생각'은 무엇일까. 사파리 전체를 휘어 잡고 있는 백골파의 모든 전략을 세우는 뚝심의 생각은 곧 사파리의 흐름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물론 알렉산더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하지만 늙은 알렉산더는 마지막 정열을 암사자들에게 쏟아붓느라 전권을 사실상 뚝심에게 넘겨준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파리의 형세는 뚝심의 머리 속에서만 복잡하게 돌아갈 뿐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알렉산더는 여전히 왕성한 성욕을 불태웠고, 털보파 두목 빠삐용은 황태자의 등극과 함께 처음 맛본 카타르시스의 쾌감을 즐기느라 바빴다. 또 로니라는 새로운 섹스 파트너를 얻은 쌍털은 힘이 솟을 때마다 로니에게 달려갔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자들이 하나같이 암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평온 속에 사파리에는 보이지 않는 두가지 변화만이 있었다. 새로운 권력 개편을 노리는 뚝심의 머리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전 왕의 맏아들 포철의 야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