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연기는 나를 버림에서 출발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43분
지성파 배우 은 97년도 변신으로 시작한다. 조직폭력배 보스 배태곤으로 등장하는 `초록 물고기'（이창동 감독．이스트필름제작）가 의 또다른 변신과 만나는 작품. 외형적으로는 험하디 험한 조직폭력배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야망에 찬 인물이지만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 두 얼굴은 특유의 내면연기를 통해 소름돋도록 표출됐고, 녹음과 믹싱 등 후반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창동감독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조직폭력배의 보스에 이른 인물, 그러나 돌아서 혼자 있을 때면 본래의 자기모습을 되찾는 배태곤. 은 `초록물고기'의 기획단계인 지난해 여름부터 배태곤으로 살았다. 의 캐릭터 연구와 시나리오 해석에 대한 열정은 영화가에서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일. `초록물고기'역시 예외일 리가 없었고 은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과 부단히 토론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조직폭력배 보스 배태곤. 상대역인 도 의 캐릭터 연구에 혀를 내둘렀다. `세상밖으로'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등에서 이어지는 그늘진 인물, 그러나 `어두운 힘'을 가진 차별성의 도입으로 은 말그대로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 연말 청룡영화상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저력까지 더해 `초록물고기'는 예외없이 `의 영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