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대필가] 글솜씨로 여는 프리랜서 길
기사입력 1997년 01월 19일 17시 15분
글재주 있는 여성들이 선택하는 프리랜서의 길 한가운데 최근 `자서전 대필가'라는 또 하나의 길이 열렸다. `자서전 대필가'는 말그대로 남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자서전의 보이지 않는 손'. 사회저명인사들이 유행처럼 자기 PR 성격이 짙은 자서전적 에세이를 앞다퉈 출간하면서 여성들이 특히 선호하는 프리랜서 전문직종으로 대두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대다수 자전적 에세이들은 십중팔구 자서전 대필가에 의해 씌어진 것이라고. 각자 뛰어야할 몫이 많은 주인공들이 별도로 책 쓸 시간을 내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한 만큼 이런 종류의 책 대부분이 제3자의 손을 빌려 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자서전 대필은 창작 보다는 묘사가 특히 요구되는 일. 자서전 대필가는 이에 따라 주인공의 출생부터 성공하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이슈를 딱딱 끄집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서전 대필가가 되기 위해서는 출판사 이외에도 대표에세이문학회, 한국문인협회 등 관련 모임에 가입해 이 분야의 인맥을 트는 것이 급선무. 사회교육원에 이어 여성신문교육문화원에서도 이달안으로 자서전 대필 강의를 시작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만큼 이 분야 전문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당 수입은 최소 6백만원에서 2천만원 이상으로도 올라가며 시간적인 제한이 있을 때는 액수가 더욱 많아진다고. 귀순자 모씨의 자서전을 대필한 적이 있다는 권남희씨（43）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이를 통찰해 한권의 책으로 엮어낸다는 보람이 있는데다 1년에 한두권이면 일반 샐러리맨 부럽지 않은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어 지속적으로 일거리만 확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서전 대필가의 길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평범한 사람 가운데도 가족이나 친지에 자신이 살아온 일대기를 책으로 남기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교육원에서 자서전 강의를 하고 있는 윤영남씨（43）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역정동안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있는만큼 가족이나 친지끼리 자서전을 써 나눠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며 "아는 사람의 자서전이 생면부지인 남의 자서전 보다 더 절절히 와닿는 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