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 '말년에 꽃피네'
기사입력 1996년 10월 06일 14시 17분
천안 일화의 `백전노장' 김경범(31)이 뒤늦게 때를 만났다.
늘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오던 그가 마침내 일화의 `특급 도우미'로 부상, `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재주가 유난히 돋보인 것은 지난 5일 천안에서 벌어진 전북과의 경기에서였다.
0-2로 뒤져 벼랑에 몰린 상황서 황연석의 추격골과 박광현의 동점골을 거푸 어시스트,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올 정규리그 들어 5개째.
팀내에서는 (6개)에 이어 두번째 가는 기록이다.
흔히 공격수들에겐 골이나 어시스트가 `의무사항'이지만 그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빼어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남보다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체격조건(1m 77, 67㎏)이 좋은것도 아니다.
결국 공격가담력이 탁월하고 그만큼 효과적인 공격을 펼친다는 얘기다.
올해로 그의 나이 만 31세.
축구선수로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다.
그러나 그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축구라는 것이 결코 힘과 패기만으로 하는것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사실 김경범은 현역 최고참이다.
지난 84년 여주상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는 것이다.
프로 13년.
이쯤되면 누구든 앞뒤 가리지 않고 `한물간 선수'로 돌려버리기 십상이다.
그런 그가 요즘 판판이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는 옛말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별다른 목표가 뭐 있겠습니까. 그저 팀이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