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플레이오프] 방담
기사입력 1996년 10월 05일 14시 04분
## 1차전 출전 불발… 한화 시작부터 의기소침
◆… 지난 한주동안 야구장을 뜨겁게 달궜던 한화와 현대의 준플레이오프전이
현대의 2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당초 어느누구도 결과를 섣불리 점칠 수 없을 만큼 막상막하의 승부가 예상됐던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가장 큰 요인으론 단연
한화의 `자중지란'이 꼽히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이번 준플레이오프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에이스
의 1차전 선발의혹입니다.
## "연막작전 아니냐"
◆… 그러면 다시 1차전이 열린 지난 1일 대전구장으로 돌아가 보기로 하죠.
당시 한화 선발투수로 이 결정되자 한화 감독은 을 선발로
등판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이유는 이날 아침 느닷없이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도저히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때부터 한화는 내부분열이 일어 났다고 봐야 합니다.
그뒤 한화 주변에서는 이미 하루전 에게 선발통보를 해놓고 연막작전을
펴는 것이라느니, 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부러 엄살을 부린 것이라는 등
별의별 억측이 다 쏟아졌지요.
결과적으로 은 이튿날인 2일 오전 구단의 오세훈 운영부장이 합석한
가운데 허리에 진통제를 맞은 것으로 밝혀져 엄살은 아닌 것으로 판명났지만
이 때문에 결전을 앞둔 팀분위기는 완전히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 강감독 심판 판정에 불만
◆…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평소 웬만한 일에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짱꼴라'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한화 감독이 2차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강감독은 이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단호한 어조로 "선수는 경기에
열중해야 하고 심판은 판정만 해야 한다"며 "앞으로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이
계속된다면 전체에 곤란이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더군요.
심판실에서 이 경기를 관전하던 김광철 심판위원장 역시 심판판정에 대해
걸려오는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손바닥에
흐르는 진땀을 닦았습니다.
## "우리가 절대 불리하다고 써주세요"
## 현대 1차전 대승후‘선수 정신력 해이 우려’기자들에 생떼
◆… 한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는 현대의 주도면밀한 작전은 가히 탄성이
나올 정도입니다.
1차전에서 15대0으로 대승을 거둔 뒤 현대 구단관계자들은 만나는 기자들마다
"제발 우리가 불리하다"고 써달라며 엉뚱한 떼를 써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유인 즉슨 `한경기 이겼다고 잘 한다고 치켜 세우면 정신력이 해이해 진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뒤로 돌아서는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엄청난 포상금을
주겠다고 얼르고 있으니 여하튼 올해 현대가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는
이같은 구단의 `당근과 채찍'작전도 큰 실효를 거뒀다는 지적입니다.
## 감독 구단주 금일봉 수수설 입 봉해
◆… 이와함께 야구계 안팎에서는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전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계동 현대본사에서 정몽헌 구단주와 독대한 내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 자리에서 김감독은 정구단주로부터 금일봉을 전달받으며 모종의 언질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본인은 일체 함구를 하고 있어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선수들 사이에도 번져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푼의 격려금도
받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돈문제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여유를 부리더군요.
## 물통-오물세례 눈꼴
◆…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뺄 수 없는 것이 또다시 불거져 나온 `관중매너'
입니다.
특히 1차전이 벌어진 대전구장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습니다.
홈팀이 지는 데 대해 흥분하는 것은 애정이 지나친 탓으로 그나마 이해가
간다해도 상대팀 선수들에게 물통과 오물세례를 퍼붓는 것은 비겁한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15년 동안 가장 발전이 안된 부분이 관중들 관전매너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앞으로 남은 플레이오프와 에선 이와같은 눈살 찌푸리는 광경없이
매끄러운 경기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