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아이스하키] 김일란-심규인
기사입력 1996년 10월 04일 18시 30분
## “우리는 달리고 싶다”## 선수자격 시비 휘말려 얼음판 대신 관중석서 애태워 `카자흐스탄 특급과 캐나다 탱크는 달리고 싶다.' 대학과 실업이 함께 하는 전통의 제51회 전국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스포츠조선--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공동주최)에 지난 1일 개막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관중석을 지키며 얼음판을 애타게 바라보는 두명의 낯익은 얼굴이 있다. 똑같이 1m80을 훨씬 넘는 훤칠한 키에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지닌 이들은 바로 물건너온 아이스하키 스타 김일란(26.카자흐스탄명 엘란 사김바예프)과 심규인(22.캐나다 이민).
김일란은 지난달 4일 한국에 와 쌍방울트라이 유니폼을 입고, 심규인은 8월4일 입국한 이후 2개월 동안 만도위니아에서 호흡을 맞추며 `결전의 날'을 기다려왔건만 냉담한 국내얼음판 여건에 뜻하지 않게 관중석 신세로 전락했다. 카자흐스탄 국가대표팀 주전 레프트윙으로 국내에까지 이름이 익히 알려진 김일란은 교포 5세로 `부모 가운데 한명은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협회 규정에따라 이번 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또 백지선에 이어 두번째로 ()에 드래프트돼 실력을 공인받은 바있는 심규인은 어이없게도 `선수신분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이번대회의 출전자격을 박탈당했던 것.
고국 얼음판에서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왔던 이 두명의 `비운의 스타'는 만도-쌍방울전이 벌어졌던 2일에는 관중석 맞은편에 서로 자리를 잡고 들썩이는 몸을 애써 달래는 표정이 역력했다.
관중석에서 김일란은 틈틈이 "아이 워너 플레이(나는 뛰고 싶다)"를 연발했고 심규인은 특유의 어눌한 우리말투로 "왜 못뛰어요? 내일이라도 빙판에 서게 해줘요"라고 되뇌였다.
이번 대회뿐만이 아니라 내달 2일 개막되는 96 한국아이스하키리그에서도 스틱을 잡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브레이크 걸린' 두 얼음판 특급.
이 두 스타에게 빙판 출격명령이 떨어지는 날 얼음판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