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숭용] 나는 확실한 왼손잡이 ♣
기사입력 1996년 10월 01일 14시 19분
## "현대엔 좌타자가 없는게 취약점" 관념 파괴 현대 `왼손잡이' 이숭용(25)은 며칠전 TV를 보다 무척 흥분했다. 준플레이오프에 대한 한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현대에는 좌타자가 없는 게 취약점이다"라고 분석하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올해로 프로 3년차.
올시즌 타율 2할8푼에 홈런 12개, 47타점을 올리며 나름대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몫했다고 믿었던 그다. 그러나 TV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그의 자존심을 콕콕 찔렀다.
"포스트시즌에서 사고 한번 치자. 이번에 내 이미지를 확실히 심자."
준플레이오프를 향한 각오가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한화전을 앞두고 칼을 갈아왔던 터.
지난 94년 데뷔 당시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까지 진출했지만 이숭용은 벤치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나마 대타로 한타석에 들어서 삼진 아웃돼 "다음에 두고 보자"며 속으로 무척 울었었다. 올시즌 한화와는 49타수 13안타(타율 2할6푼5리)에 홈런 2개, 9타점으로 쳐지지 않는 성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 8월13일에는 프로통산 8,000호 홈런을 만들어준 행운의 팀이라 감이 좋다. 며칠전 팀내 홍백전에서 에이스 정민태와 로부터 4타수 2안타에 2타점을 뽑아낼 정도로 방망이가 잘 돌아가고 가벼운 감기 몸살에서 회복해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한번 튀어보려고 앞머리까지 갈색으로 염색했어요. 한번 두고 보십시요." 이나 송진우같은 좌완투수가 나와도 5번 자리를 꿋꿋이 지킬 왼손잡이 타자 이숭용. 현대 좌타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포스트시즌에 대한 `한'을 풀기위해 방망이를 불끈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