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 최동필] 돌아온 영웅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2일 15시 06분
## 90년초 대학스타…간염으로 실업자생활 전전@@ 이랜드에 1골 2어시스트 '철마의 희망' 부상 실업팀 한국철도의 최동필(25.MF)을 만나면 붙이고 싶은 별명이 많다. 1m70이 조금 넘는다고 빡빡 우기지만 `반올림'이 확실해 보이는 왜소한 체구.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작은 마라도나'를 연상케 하는 탱크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얼굴에는 10대의 반항아적 기질도 엿보인다.
표가 날듯말듯 옅은 노란색으로 물들인 곱슬머리는 영락없는 `X-세대'다.
그런 그가 일을 저질렀다.
11일 열린 96 실업축구연맹전(스포츠조선 후원) 2조예선 한국철도-이랜드전은 그의 독무대였다.
결승골을 포함, 1골 2어시스트. 팀이 따낸 3골 모두가 그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3대1로 한국철도의 승리. 대부분의 예상을 비껴간 뜻밖의 결과였다.
그는 경기가 끝난뒤 "이렇게 기쁜 날은 없었다"며 잠시 고개를 떨구웠다.
힘겹기만 했던 과거의 잔영들이 이럴때일수록 더욱 고개를 드는 모양이었다.
아현중 정명고를 나와 에서 뛸 때까지만해도 그는 주목받는 대기(大器)였다.
1학년이던 지난 90년에는 팀을 왕중왕전 준우승으로, 91년에는 대학연맹전 우승과 전국체전 3위로 이끈 주역이었다.
공-수에 구애받지 않는 만능플레이어였던 최동필에게 암운이 드리운 것은 지난 93년말.
이수학점이 모자라 대학을 채 졸업하지 못한 상태서 에 입도선매됐던 최동필은 그러나 B형 간염판정을 받아 입행이 좌절되면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친척이 경영하는 일식집을 전전하며 근근히 생활을 꾸려나갔지만 당시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92년 아시아 대학팀들이 참가한 인도 DCM대회에서 왼쪽 팔목이 부러지는 중상으로 골반뼈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은 뒤 9개월간 병상에 누워있을때는 그나마 희망이라도 보였지만 상황은 또 달랐다.
그리고 지난해 5월. 한국철도에 입단한 1년 선배의 권유로 새보금자리를 튼 최동필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해 가을철연맹전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철마 돌풍'을 주도한 그의 활약은 매 대회마다 군계일학처럼 빛났다.
"고통스러웠던 지난 몇년간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크게 보약이 된 셈이죠."
아픈 과거를 뒤로 한채 주목받는 실업의 기대주로 성장한 최동필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든든해 보인다.
< 양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