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의 미국야구]
기사입력 1996년 09월 12일 14시 23분
## 몸하나로 사는 선수들의‘살신성인’ 야구를 취재하면서 느낀점 중 하나는 많은 선수들이 경미한 부상에도 아주 민감하다는 것이다. 발목을 약간 삐거나 타박상을 입었거나 혹은 어깨나 팔꿈치가 조금만 아파도 게임을 결장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선수들이 이렇게 투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반면 시즌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무서운 투지를 발휘하는 선수들도 심심치않게 발견하게 된다.
많지는 않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가는 선수들이 상당수 있고, 그런 선수들의 대부분은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암을 딛고 일어서서 팀의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나섰다가 11일 경기에서 타격중 손가락이 부러진 의 39세 노장 브레트 버틀러의 투혼은 눈물겹다.
내셔널리그의 MVP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의 포수 마이크 피아자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3루수 캔 캐미니티의 투혼은 무섭다.
피아자는 평소 거의 절룩거릴 정도로 오른쪽 무릎이 아주 안좋다.
연골이 파열된 것으로 보이는 피아자는 매일 아침이면 무릎이 퉁퉁 붓고, 시즌 내내 홈 플레이트를 지키며 크고 작은 충돌로 몸도 엉망이다.
그러나 그는 에게 홍삼 캡슐을 얻어갈 정도로 컨디션에 신경을 쓰며 마지막 경기까지 출장을 고집하고 있다.
현재 그는 17게임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며 3할5푼1리의 타격으로 1942년 이래 최초로 포수 타격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개인상보다는 팀의 우승 다툼이 그의 결장을 불허케한다.
와 치열한 조우승 다툼을 벌이는 파드레스의 캐미니티는 피아자와 마찬가지로 무릎의 고질적인 부상으로 올시즌이 끝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캐미니티는 부상 악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전하며 32홈런 111타점으로 파드레스 공격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도 중부조 우승이나 와일드 카드 진출이 가시 거리에 있는 신시내티 레즈의 유격수 배리 라킨은 지난 주 도루를 하다가 오른쪽 엄지 발가락이 부러졌으나 벤치 신세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MVP인 라킨은 11일에도 28번째 홈런을 뽑아냈고, `30-30'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수술은 시즌 후까지 연기다.
의 라울 몬데시는 10일 경기중 발목 부상으로 부축을 받고 물러났으나 11일 다시 경기에 출장, 7타석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대선수가 되려면 역시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부상 수술 마저도 연기해가며 불꽃 투혼을 과시하는 이들 투사들로 인해 막판 페넌트 레이스는 더욱 큰 팬들의 관심 속에 점점 가열되고 있다.
승리를 향한 집념과 투지가 결여된 선수는 이미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이미 부와 명성이 보장된 이들 부상 스타들의 투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