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과천시대10년']
기사입력 1996년 09월 05일 14시 58분
**서양미술 편중 극복 '정체성 살리기' 시급한 과제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달 31일 `내일을 위한 오늘의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연바 있다. 과천 이전 10주년을 기념한 다분히 행사성 토론회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바람직한 미술관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취지였기에 미술인들의 기대는 높았다. 토론장에서 충분히 수렴되지 못했던 미술인들의 의견으로 이 시리즈를 마감한다. 이날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폭넓은 공감대를 얻은 것은 토론자로 참가했던 미술관 전문가 김홍남교수(.박물관장)의 `새 세기를 맞이하는 미술관은 서양문화 우월주의를 벗어나 우리 문화사의 맥락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 아시안소사이어티 연구원을 거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교수는 "세계 중요 미술관들은 자기 `정체성' 위에 외국의 미술사조나 흐름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면서 "20세기 이후 한국미술은 서양미술 우월주의 계열 속에서 움직이며 우리 역사와 전통은 경시하고 무시해왔다"고 진단. "문화식민지적 자세를 벗어나 한국 문화사와 미술사의 맥락에서 한국현대 문화와 미술을 보지 않으면 진정한 세계화를 이룰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현대미술은 역사적 진가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져야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경원대 윤범모교수는 정부의 간섭과 적은 예산, 큐레이터의 전문성 및 역할 제고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체성 살리기'야말로 미술관 스스로의 노력으로 실현가능하면서도 시급한 해법이라는 의견. "반드시 예산만의 문제는 아니다"는 윤교수는 "우리가 우리미술을 정리하지 않으면 누가하느냐"고 지적. 특히 `국립'으로서 우리미술에 대한 애정 및 정리는 관장이나 미술관의 `취향'이 아닌 `의무'이자 `사명'이라 강조. 그는 국내 최초의 조각가인 김복진을 비롯해, 구한말 어용화가였던 채용신, 이인성 박수근 이중섭 등 미술사적 평가를 기다리는 우리 작가들을 국립이 외면해 왔다고 지적.
`1910년대전'`1920년대전'식의 시대별, 장르별, 작가별 전시로 한국근대미술사를 정리하는 `근대미술 기획전'을 만들고, 회화와 조각 중심의 컬렉션 및 전시를 공예 건축 사진 판화 아동미술 등에까지 장르를 확산시켜 일반인의 관심을 증폭시켜야 한다고 제안. 또 중구난방식의 서양미술 소개는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적은 예산인만큼 우리 근대미술 작품과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데 예산을 먼저 배정할 것과 특히 6.25전 20세기 전반부에 활동한 작가들이 모두 사라지기전에 정리할 것을 제안했다. 국립의 `한국근대미술사' 정리는 창작 작가들에게도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기회를 주고, 미술대학들의 교육 방향을 현재 서구미술 중심에서 한국미술 중심으로 전환하는데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덧붙였다. 평론가 최석태씨 역시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미술보다 `근대미술'에 중점을 두는 미술관이 돼야한다"면서 김홍남-윤범모 교수와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또한 정부와 문화부 등 감독관청도 관장 임명시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인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위해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물론, 미술인들과 정부와 고위 문화정책 결정자 국민들의 성숙한 문화 인식이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