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조훈현 9단 ●최명훈 5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2일 15시 36분


## 본선 토너먼트 제9국 제5보 (58~81)=흑 59는 우상쪽에서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는 청구서. 이 일대를 에워싼 흑의 병력은 시위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백으로서는 기세상 60, 62로 나가 끊을 수밖에 없고 흑 63도 내친 걸음이다. 숨가쁘게 좁아드는 전장(戰場). 창칼을 움켜쥔 손아귀에 땀이 베인다. 일촉즉발. 뽀얗게 피어오르는 흙먼지사이 사이로 피아간의 거친 호흡이 또렷하게 들리고 비장한 표정의 병사들이 하나, 둘 다가선다. 피할 수 없는 육박전…. 백 64, 흑 65 다음 징검다리 건너듯 가볍게 2선으로 붙여간 백 66이 기수(奇手)였다. 평범한 발상이라면 백 1정도. 일례로 그려본 이 가상도는 좌상쪽 백의 본대가 완전히 봉쇄돼 언짢다. 좌변 흑은 살아 있어 공격대상이 아니고 당장 수가 나지는 않더라도 중앙쪽 A 단점이 부담스러운 데다 자칫하면 오히려 백이 쫓길 우려가 있는 것이다. 백 72까지 교묘한 수순을 밟아 중앙으로 탈출. 검토실의 몇몇 기사들도 `실로 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멋진 타개'라며 혀를 내두른다. 흑도 중앙 백 두점을 두텁게 잡았고 흑 73으로 좌하귀를 굳혀 큰 불만은 없지만 의도했던 좌상 백의 봉쇄는 일단 실패. 국면의 흐름은 백의 손짓대로 이끌려가는 느낌이다. 선수를 뽑은 조 9단은 보류해두었던 우하귀로 손을 돌려 백 76부터 80까지 깔끔하게 실리의 균혀을 취한다. 흑 81. 실리에 밝은 최 5단이 아니더라도 선뜻 손이 갈만큼 큰 곳인데….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