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84)
기사입력 1996년 08월 31일 15시 35분
//// 물장사 이야기(20) ////. "여긴 말이지 내 인생의 점을 찍었던 곳이야. 늘 언젠가 꼭 한번 다시 오겠다고 생각한 곳이지". 뭔가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했다.
지금 두 사람이 이렇게 이곳에서사랑을 나누고 있을 이유. 그는 눈이 펑펑 오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아무말도 없었지만 분명한 목적지가 있는 표정이었다. 이곳에 도착해 2층의 바로 이방이 비어있냐고 묻는 것을 보고 사연이있는 걸 알았다. 안내해 준 주인 노인네는 그를 알지 못하는데도 조수생활독립하고 자신의 데뷔작을 완성시킨 곳이란다. 아무런 보조요원도 없이 혼자서 도구를 짊어지고 이를 갈던 방이 바로 이방인 모양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 외삼촌이 어린시절부터 내 물주였지. 내가 만화하는 걸 유일하게 좋아한 분이지. 이 동네에서 식당을 했거든. 침식을 비롯해 모든걸 제공할테니 내려오라하더군. 서울서 있음, 잔신경 쓸 거 많으니까.작업실로 바로 여기 이방을 얻어줬고... 인생이란 묘한 것이더구만. 내가 만약 성공하면 서울에 그림같은 식당을 내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작품성공하니깐 기다렸다는 듯 돌아가셨어...쯧쯧...술을 너무 좋아해서". "식당은?". "이젠 할 필요가 없지. 외삼촌 아들이 잘나가는 만화출판사 사장이니까 안전핀으로 내 만화만 하는...". "그럼 됐네요. 돌아가셨어됴 거기서 또 기분좋게 술 마시고 계시겠죠. 그런게 왜 하필 오늘 여기 왔어요. 날 데리고". "이유는 없어. 이방에서 나가던 날도 이렇게 눈발이 펄펄 날렸어". 참으로 오랜만에 다방에라는 데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숟가락에프림 설탕 듬뿍 넣어 단맛으로 커피 마시는 그런 다방. 그러나 2층 시골다방안은 푸근했다. 소박한 거리가 은세계로 변하는 풍경은 따스하고평화로웠다. "참, 그런데 사모님한테는 허락받으신 거예요? 나랑 만나는 거. 물어본다 그러셨잖아요". "그 이야기는 우리 이따 올라가면서 하지. 얘기가 길거든". "농담이에요. 자꾸 내가 선생님 덜미잡고 늘어지는 기분인데 그렇진않아요. 선생님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 것이구요. 여기 올때까지 사실고민 많이 했어요. 혹시라도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너무 너무 너무 괜찮았어요. 선생님 곤란하면 나 인제 앙탈 안부릴게요". "그렇지 않아. 나도 지금 아주 해피해". "그럼 저랑 앞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하고 싶은데...". "휴우- 고마워요. 난 오늘로 끝인줄 알았는데...".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을 감자 탁자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의 손이 그녀의 볼을 살짝 때렸다. "중학교 여자애같아. 장안에 소문난 내 마담이 말이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아까도 얘기했죠. 남자 만나면서 가슴이 쿵쿵 뛰었던 적 없단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