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 .........이규형(73)
기사입력 1996년 08월 19일 16시 27분
"선생님 만화는 스토리가 죽여요. 소설가 다 굶어 죽겠어요.". 그의 조수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만화작업실에서 그녀는 솔직하게자기감정을 털어 놓았다. 사실 1년 전엔 못 알아봐서 죄송했다. 그 이후에 호기심으로 한번 만화방에서 그의 작품을 빌려 보다간깜짝 놀랐다. 만화가 어린애들만 본다고 생각했던 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쳐놓느라 고생했다는데까지. "선생님 때문에 하마터면 졸업도 못 할뻔 했어요.
만화중독이돼버려서, 자꾸 웃지 마세요, 내가 아부하는 줄 아세요? 선생님 만화 시시했으면 여기 찾아 오지도 않았어요.". 인상이 텁텁하게 생긴 좋은 남자였다. 그리고 과묵하면서도 인정이 있고 그런 속에서 센스가 반짝거리는 30대 후반의 사나이. 그는 그녀가 갖고 온 사업계획을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들어주었다. "재미 있네요, 아주 기발하고 또 충분히 장사요소도 넘치고….". 그녀는 호스티스 전체를 같은 대학 출신으로 구성한 술집을 경영한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어 웨이터도 같은 대학 남학생들 출신으로 구성한다고 하자 껄껄 웃으며 재미있어 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진짜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공감을 해줬다. 그녀는 그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하고 있었다. 지금 종합대학이나 여대를 불문하고 뒤집어서 툴툴 털면 몰래 아르바이트 여자애들 없는 데가 어디 있어요? 그렇게 반문하곤 그런여자애들은 이미 대학때부터 노는 범위, 씀씀이가 틀린만큼 충분히스카우트 할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단, 전 부모님이 편찮아서라든가, 동생 학비때문에라거나 하는애들하곤 일안해요. 제가 좋아서 물장사하겠다는 애들만 뽑을 거예요. 나도 내 체질에 이게 맞구나 생각해서 뛰어들었으니까요.". "응…그래요. 그 얘긴 맞습니다. 자기가 재미있어서 해야 열심히 하고 성공하지요. 그런데 내가 그때 칵테일 집엘 직접 찾아가서같이 일하면 재미 있겠다고 얘기했던 건 사실 대학교 앞에 대형호프집을 생각했던 겁니다. 내 이름이나 내 만화주인공의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해서 대학가마다 체인점을 늘려가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지금 얘기하는 술집형태는 그런 맥주집이 아니죠? 우리가 그 점만얘기를 좁힙시다. 내가 룸살롱을 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선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니까.".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물장사를 하려한게 아니고 이것저것 캐릭터사업의 일종으로 대형호프집도 하려 했던 것이었다. 자기 유명네임을 브랜드화해서 담배로까지 돈버는 입생 로랑처럼. 그러나 그녀가 가져온 얘기가 재미있다며 그는 캐릭터사업이 아닌 물장사 그 자체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날 두 사람이 얘기를 좁혀 만들기로 한 것이 '장난감 같은 카페'였던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