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수첩] 살인더위를 이겨라
기사입력 1996년 07월 19일 16시 26분
최초의 마라토너로 꼽히는 고대 그리스의 피디피데스는 약 40.2㎞를 달린 후 쓰러져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기원전 900년부터 1300년간 그리스에서 벌어졌던 고대 올림픽은 이처럼 지금과는 달리 대단히 거친 게임이었다.
격투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맨주먹으로 맞붙다보니 죽는 일도 허다했고 대부분 경기의 차원을 넘어 `죽느냐 사느냐'의 인간한계를 시험하는 장(場)이었다.
그러나 피에르 드 쿠베르텡 남작에 의해 1896년 시작된 근대올림픽은 `좀 더 빨리, 좀 더 높게, 좀 더 강하게'라는 구호아래 인간의 힘과 미를 겨루는 화합과 친목의 장으로 발전했다.
19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20일 오전 9시30분) 막을 올리는 제26회 애틀랜타 하계올림픽은 근대올림픽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대회다.
197개 () 가맹국이 모두 출전해 올림픽 100주년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외형적인 화려함에 비해 정작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고대올림픽 못지않게 `고통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틀랜타의 살인적인 더위 때문이다.
애틀랜타는 여름 평균기온이 섭씨 35도의 더운 지역으로 28도 이상이면 사실상 옥외경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1만6천여명의 선수단은 어痔든 경기를 치러야 한다.
개막을 앞두고 태풍의 영향으로 잠잠하던 애틀랜타의 수은주가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부터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한낮 기온이 섭씨 36도를 기록하고 습도가 80% 이상이 넘어가니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려 온다.
꼼짝하지 않아도 이 정도니 안간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선수들의 고통은 상상히 가질 않는다.
세계 5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선수단에서는 포도당 주사 500병을 준비하는 등 더위속에서도 선수들이 무사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악조건을 헤쳐나가야 하는 태극전사들의 파이팅을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