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수원공고 축구사랑
기사입력 1996년 06월 25일 16시 58분
**운동장 조명탑 설치 전국대회 유치 ▣… 전국이 장마권에 짙게 드리운 가운데 계절은 바야흐로 푹푹찌는 여름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유난히 서둘러 찾아온 더위탓인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여름용품은 벌써부터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프로축구판도 올여름 더위에 대비, 야간경기로 치를 수 있도록 이미 만반의 조치를 취해 놓았다. 그러나 야간경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곳도 있다.
전남같은 경우 최근에야 조명시설을 구비했지만 전북구단은 조명시설이 아예 없어 야간경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다. 그런데 한 고등학교에서 조명시설을 갖추고 야간경기를 치른다고 해 화제다. 올해로 개교 25년째를 맞는 수원공고(교장 )가 그 주인공.
수원공고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하고 모교의 축구 활성화를 위해 최근 2천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조명탑을 만들어 28일 오후 7시 점등식을 갖고 이날 중동고와 점등식을 겸한 야간경기도 갖는다. 수원공고는 또 내달 26일부터 8월8일까지 벌어질 제32회 가을철 한국남녀중-고축구연맹전 겸 제11회 배 가을철 전국남녀중고축구대회 예선 7경기를 치르기로 예약했다. 그러나 야간조명시설이 그렇게 화려한 것은 절대 아니다.
운동장 네귀퉁이에 세운 전봇대에 400와트짜리 전구 15개씩과 옥상에 비치한 1,000와트짜리 전구 15개가 전부일 뿐이다. 하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점검해 본 결과 경기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단다. 그래서 대회관계자들로부터도 흔쾌히 OK사인을 받아냈다. 조명탑 설치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훈훈한 모교사랑을 느낄 수 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수원공고 전기과 졸업생들의 정례모임인 `수전회'에서 학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조명탑을 손수 만들어 학교에 기증한 것이란다. 선배사랑을 등에 업고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정성으로 골을 차는 수원공고 학생들의 앞날이 왠지 조명탑만큼 환할 것처럼 느껴지는 여름의 초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