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일화 박단장의 버릇
기사입력 1996년 06월 13일 16시 40분
## 팀 승리 기원 '그라운드 돌기' ○…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버릇을 가지고 산다. 보기 흉한 고약한 버릇을 가진 이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프로축구 천안 일화의 박규남 단장은 참으로 특이한 버릇 하나를 가지고 있다. 바로 `그라운드돌이'다. 석탑 주위를 돌며 무언가를 기원하는 불도들의 `탑돌이'처럼 박단장은 일화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라운드 주위를 그렇게 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89년 일화가 창단되면서 부터 줄곧 이 `혼자만의 행사'를 계속해 오고 있다.
그라운드돌이는 홈이든 어웨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된다.
이 버릇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해외에 나갔을 때도 변함없다.
박단장은 경기 당일 새벽같이 일어나 목욕재계한 뒤 곧장 그라운드로 향한다.
그리고는 아무도 밟지 않은 그라운드를 처음으로 밟으며 그날의 승리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물론 시간이 이른 탓에 경기장의 문이 열려있지 않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때는 `경기장돌이'가 된다. 그라운드가 아니라 경기장 주변을 통째 도는 것이다.
흔히 프로축구계에서는 우승 조건으로 `전력'과 `선수관리'외에도 `정성'을 꼽는다. 모든게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 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리라.
일화는 창단 이후 7년 동안 아디다스컵 우승 1회(92년)와 코리안리그 3년 연속우승(93~95년)을 달성했다. 물론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이같은 성적에 누구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뛰어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박단장의 `버릇'을 아는 이는 결코 그의 `숨은 공로'도 빼놓지 않는다.
박단장은 최근들어 팀이 부진에 빠지자 보다 경건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그라운드돌이'를 계속하고 있다. <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