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공동개최]무엇이 문제인가(8)일왕방한
기사입력 1996년 06월 10일 15시 00분
**86년에도 국내여론 나빠 무산 **최근 잇단 망언으로 앙금 여전 2002년 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로 결정됨에 따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 여부를 놓고 양국 정치권은 물론 한국내의 여론이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에는 개최국의 정상이 참석하는 것이 월드컵의 관례여서 일왕의 방한은 개회식이나 결승전의 장소가 정해져야 가닥이 잡힐 사안이다.
그러나 아키히토의 선왕인 히로히토(裕人) 전왕이 금세기 초 36년간 한국을 식민 지배한 전력을 갖고 있는데다 최근 일본 우익세력들의 망언이 불거지고 있는 등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양국간의 관계에 비춰볼 때 정치적인 결단이 요구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지난 86년에도 당시 왕세자였던 아키히토 부처의 방한이 검토됐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된데다 왕세자비의 와병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아키히토가 일왕으로 등극한 직후 과거청산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한동안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듯 했지만 지난해 일본 각료들 사이에서 망언이 터져나오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급격히 냉각되고 말았다.
일왕의 방한에 대해 일본 정부측도 일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궁내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월드컵이란 명분을 앞세워 국왕의 방한이 성사되는 것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밝혀 일왕의 방한을 한국민의 정서에 전가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일부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월드컵의 공동개최를 계기로 일왕의 방한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간의 관계가 우호와 협력의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들은 "일왕의 방한에 앞서 불행했던 과거에 대해 일본측의 사죄가 선행돼야하고 구체적인 보상안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터져나온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자민당 의원의 "위안부는 상행위"라는 망언을 비롯해 일본 우익세력의 거듭된 망언에 대한 해명과 함께 적극적인 과거청산 의지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당분간 일왕 방한 문제는 거론조차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일왕의 방한 여부는 스포츠가 아닌 정치적으로 해결될 문제여서 난제중의 하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