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인수대리 '소리듣고 경기내용 알아요'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6시 52분
"소리 만 들어도 알아요."
운영부 김인수 대리(33).
토익 900점대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가 잠실경기때 맡는 역할은 중앙출입구에서 VIP의 안내를 맡는 일이다.
미국에서 7년간 유학하며 웨스턴 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이지만 3년째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야구계와 정-재계의 굵직굵직한 인사들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어 그를 대신할 사람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경기내내 정문에 서 있어야 해 김대리는 그래서 3년동안이나 야구장에서 있으면서도 야구를 제대로 못봤다.
그대신 `신기한' 재주 하나를 터득했다.
관중의 함성과 구장안내방송 등 `소리'로 경기내용의 90% 이상을 파악하는 것.
김대리는 관중의 함성은 똑같은 것 같아도 상황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가 소개하는 대표적인 예.
▲홈런=함성이 조금 약해졌다 다시 뒷부분에서 강해진다 ▲3루타=소리가 가장 길다 ▲파울=함성이 갑자기 뚝 끊긴다 ▲상대팀의 삼진과 아웃카운트=안내방송으로 확인한다 의 삼진이나 주루사=상대 관중에서 박수소리가 난다 ▲실점=상대 관중석에서 짧은 함성 소리가 두차례 정도 난 뒤 다시 한차례 긴 함성
이 이어진다 등이다.
김대리는 최근 "우리가 리드하고 있군, 벌써 장타가 2개나 나왔는데"하고 `도사같은'말을 곧잘해 옆에 서 있는 청원경찰들을 놀라게 한다.
물론 아직도 소리가 미심쩍을때는 슬쩍 근무지를 이탈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