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 (21)

기사입력 1996년 05월 30일 14시 40분


화산파 장로의 동작은 번개를 보는 듯 빨랐다.

그는 이효봉의 등 뒤 명문혈(命門穴)을 노리고 쌍장을 휘둘렀다. 위맹한 기류가 폭사되었다.

이효봉의 신형이 빙글 환상 처럼 돌아선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불꽃이었다.

새파란 섬광이 동방산장의 노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믿을 수 없는 살기(殺氣)로 폭파하는 신검(神劍)의 울부짖음.

"으악."

자지러지는 비명이 화산파 장로의 입에서 터졌다. 그는 떨고 있었다. 두 눈은 공포와 절망으로 부릅떠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였다. 손목.

그의 양 손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니었다.

절단돼 버린 손목에서는 멈추지 않고 피가 뿜어져 나온다. 실내의 중무련 고수들은 이 기막힌 현실에 넋이 나간 듯 하다. 칼을 거두는 이효봉의 태도가 마치 죽음의 사신(死神)과도 같다.

"난 이미 두려운 것이 없다."

방일비는 탄식을 토했다.

"이장주께서는 중무련을 적으로 삼으시려는 의도 이십니까?"

이효봉은 여전히 싸늘했다.

"중무련이 그걸 원하다면."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니라면 난 떠나겠네."

이때 남궁도가 화산파 장로의 절단된 손목을 지혈(止血) 시키면서 의연하게 소리쳤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효봉은 의외라는 듯 남궁도를 응시한다.

"자네가 날 가로 막겠다는건가?"

남궁도는 돌려 말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이효봉은 묻는다.

"어째서?"

남궁도의 대답은 장황하지만 이치는 바르다.

"염장로의 공세가 비록 옳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장주께서 충분히 몸을 피해 상대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수를 전개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상대를 해치고자 했던 것이니 만큼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불초는 중무련의 제자로서 이장주님을 방치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하하하-- 자네는 날 상대할 자신이 있는건가?"

남궁도는 의젓하게 대답했다.

"동방산장의 이소야가 대황제일검으로 칭송받지 않았습니까? 불초는 이미 그와 대결을 벌인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장주님을 상대로는 애로가 없으리라 사료됩니다." 놀라운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