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노사화합엔 축구가 제일이야'
기사입력 1996년 05월 14일 15시 47분
"노사화합엔 축구가 제일이야." 기업 회장 정도면 사회 통념상 취미로 골프정도는 해야겠지만 뒤늦게 격렬하기로 소문난 축구에 흠뻑 빠진 사람이 있다.
2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수산그룹의 박주탁(朴柱鐸.48) 회장이 그다.
아직은 그룹이라기엔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중공업 건설 무역 특장 정밀 정공 반도체 등 7개 계열회사에다 작년에는 대호건설을 인수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는 알찬 기업의 총수다.
그는 남들 다하는 골프에는 아예 손도 안댔다.
대학을 졸업하기 무섭게 사업에 뛰어들어 시간과 싸우느라 시기도 놓쳤거니와 이제 겨우 숨을 고르게된 요즘 `축구'라는, 기질적으로 똑 맞아떨어지는 `안식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박회장이 축구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축구사랑 시민의 모임(축사모)'에 관여하면서 그 다이내믹한 매력과 함께 월드컵유치의 국가적인 중요성을 실감하면서부터.
`늦바람'이 무섭다던가.
박회장의 축구사랑은 이제 `도'를 넘어 맹렬신자가 돼버렸다.
큰 경기만 벌어지면 급한 일이 없는 직원들을 불러모아 도시락을 장만한 뒤 총총히 축구장을 향한다.
직원가족까지 동반할 경우 많으면 100명을 넘는 대부대다.
특석을 마다하고 뙤약볕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도시락을 까먹으며 응원에 목청을 돋우는 회장에게 직원들이 매료당할 것은 뻔한 이치.
지난 2일 축사모가 주최한 `D-30일 전국고속도로 전광판 점등식'에선 `2002년 월드컵' 로고가 새겨진 앞치마 1천6백개를 제작, 전국의 휴게소에 무상으로 나눠주는가 하면 월드컵스티커 10만장을 자체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바이어 상담차 세계 각지를 섭렵하면서 `축구발전 없는 진정한 세계화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박회장은 16일 국가대표팀과의 `빅매치'를 앞두고 도시락 장만에 분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