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엄 홍 대리는 시즌이 끝난 뒤 미국 LA로 여행을 갈까 생각 중이다. 든든한 '빽'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현대에서 활약하며 방어율 왕에도 올랐던 세인 바워스가 바로 엄 대리의 '빽'이다.
야구선수였던 그가 지금은 경찰관으로서 미국 국민의 '지팡이'가 됐다고. 그리고 바워스의 경찰 입문에 엄 대리가 큰 공을 세웠다.
엄대리는 올해 초 미국 LA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LA 경찰의 인사국장이라고 소개한 미국인은 바워스를 아느냐고 물었다. 바워스가 경찰에
지원했는데 이력서에 야구선수 출신으로 한국에서도 야구를 했다며 자랑을 늘어놨다고.
그러면서 진짜 야구를 했는지, 성격은 어떤지, 싸움 등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경찰은 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꼭
알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바워스가 원래 조용하고 착한 성격이어서 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엄 대리는 최대한 좋게, 오히려 과장까지 해가며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얘기해 줬다.
그 일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려 할 때쯤인 얼마 전 바워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짜 경찰이 됐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LA에 올 때
아무 걱정 없이 거리를 활보해도 된다며 놀러오라고 했단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좋은지 현대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이 엄 대리에게 가끔 전화를 해 안부를 전한다고. 지난 2004년에 활약했던 마이크 피어리는
부동산 중개업으로 꽤 잘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 전화가 심심찮게 오고, 2000년 우승의 주역인 퀸란은 삼촌과 사업을 한다며 전화가 가끔 왔었는데
사업이 잘 안 되는지 지금은 연락이 끊겼단다. < 권인하 기자 indy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