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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거래 급감, 꼼수 거래 등장에 2년반 전 뒤집었던 해석 다시 되돌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꽉 막혔던 단독·다가구주택 매수자들의 대출 길이 열리면서 이제야 거래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네요. 매수 문의도 조금 늘었습니다."
3일 서울 강남의 한 중개법인 대표의 설명이다.
정부가 올해 2월 28일부터 주택 매도시 상가 등 주택 외 용도로 변경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기준 시점을 '잔금일'에서 '매매계약일'로 변경하면서 단독주택 시장에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극도로 침체한 단독주택 거래가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극심한 거래 침체에 양도세 기준 2년 반 만에 다시 '계약일'로
정부는 지난해 세법 발표한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올해 단독주택을 매도하면서 계약 후 상가 등 주택 외 용도로 변경한 경우 양도세 기준 시점을 '잔금일'에서 '매매계약일'로 다시 변경하는 예외 규정을 시행령에 신설했다.
정부가 예외 규정을 만든 것은 현재 단독주택의 거래 침체 수준이 심각한 데다 종전 기준이 현장의 거래 관행과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단독주택은 계약 당시 주택 상태에서 매매하면 과세 당국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도 주택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겼다.
이에 따라 매도자가 1주택자일 경우 양도세 비과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2022년 10월부터 주택 매도 시 양도세 판단 기준일을 '계약일'에서 '대금을 청산한 날(잔금일)'로 유권해석을 바꾸면서 문제가 됐다.
단독주택 매수자들의 다수는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용도변경 후 신축을 원하는데 이 때 매도인이 매수인의 요청으로 잔금을 받기 전에 용도변경을 해주면 1주택자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매수인이 사전에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1차적인 이유는 대출이다.
잔금을 내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주택인 상태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70%에다 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적용돼 대출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한 건물 내 임대 가구가 9∼10실에 달해 최우선변제금에 해당하는 방 공제(서울은 방 1개당 5천500만원)를 제외하면 대출 가능 금액이 최소 5억원 이상 더 감소한다.
매수자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였다.
매수자가 1주택 이상 보유자라면 추가로 주택 수에 포함돼 취득세, 양도세가 중과된다.
이 때문에 단독주택 보유자들은 "갑작스러운 해석 변경으로 매매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원성이 컸고, 세무 전문가들도 "그동안 계약일로 과세하던 관행을 갑자기 바꾼 것은 단독주택 거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단독주택 거래량은 5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연간 1만2천200건이 넘었던 서울 단독·다가구 매매 거래량은 유권해석 변경 첫해인 2022년 4천596건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전세사기 후폭풍까지 불며 2천695건으로 급감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지난해에도 연간 거래량은 약 3천300건에 그쳤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가 아무리 법인이라도 현금을 싸들고 와서 집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출이 필수"라며 "집주인이 양도세 문제로 용도변경을 거부하면 매수자가 대출을 못 받기 때문에 집을 팔기 위해선 매매가를 급매 이하로 싸게 내놔야 해 거래가 안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개법인에서는 매수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꼼수 거래'를 유도했다.
매도인이 잔금을 완납받기 전에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주고, 대신 매도인은 잔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자신의 주택에다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중개법인들은 매수인은 잔금 전에 소유권을 넘겨받아 용도변경 후 상가로 대출받고 매도인은 잔금 전 주택 상태로 넘긴 것이니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매도인을 설득했다.
문제는 매수인이 잔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매도인이 돈을 날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송을 통해 집을 경매로 넘겨 잔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매도자는 정신적, 물리적으로 시달려야 하고 잔금 회수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에 환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독주택 거래 관행을 고려한 것으로, 매도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했던 조치"라며 "단독주택 시장이 침체한 상태인데 법 개정 후 그래도 종전보다는 매수 문의가 늘고 거래도 한 두 건씩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보유기간·거주기간 길수록 세부담 감소 효과 커…"멸실도 예외규정 포함" 요구도
그렇다면 이번 법 개정으로 용도변경을 해준 매도자의 양도세 부담은 얼마나 줄어들까.
연합뉴스가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해 사례 분석을 해본 결과 양도세 기준일 변경 전 후의 양도세가 크게 벌어졌다.
16년 전에 주택을 6억원에 매수해 올해 20억원에 매도하는 A씨의 경우를 보자.
A씨가 잔금 회수 전 근생으로 용도변경을 해준 경우 종전에는 상가를 판 것으로 간주돼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거주 여부나 기간과 무관하게 총 4억1천2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집주인의 거주 여부와 기간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A씨가 해당 주택에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라면, 앞으로는 1주택 비과세 혜택과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아 양도세가 16분의 1 수준인 2천517만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A씨가 거주 사실이 전혀 없었다면 장특공제가 30%로 감소해 1억4천285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종전보다는 2억7천만원 가까이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
17억원에 매수한 주택을 11년간 보유 및 거주한 뒤 70억원에 매도한 B씨는 어떨까.
종전에는 상가를 매도한 것으로 인식해 양도세가 19억7천여만원에 달했는데 앞으로는 1주택자 비과세 혜택과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어 양도세가 약 3억6천1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다만 양도차익이 크다보니 B씨가 거주 사실이 없었다면 장특공제 혜택이 급감해 양도세가 16억2천여만원으로 늘어난다. 상가 매도로 간주됐을 때보다 3억5천만원가량 절감에 그치는 셈이다.
현장 세무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의 용도변경뿐만 아니라 건물을 멸실하는 경우에도 양도세 등 예외규정에 포함해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건물을 멸실해 나대지 상태가 된 경우에도 계약 시점에 주택이었다면 주택 매도로 간주했으나, 정부가 용도변경에 이어 2022년 12월에는 멸실 때도 잔금일 기준으로 유권해석을 변경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매수자가 공사비나 설계 등의 문제로 사정상 단기에 신축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에는 매도자에게 멸실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번 예외 규정에서는 빠졌다"며 "단독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멸실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용도변경에 대한 예외 요청이 많아 일단 그것만 예외 대상에 포함했다"며 "멸실 부분은 추후 유권해석 등 질의가 들어오면 예외의 필요성이나 부작용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sm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