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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 베이스를 연주하는 듯한 이런 중저음 배기음을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5.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머스탱 GT가 마지막일텐데...”
1세대 머스탱은 미국 경제가 최고 호황기이던 1964년 등장했다. 당시 전설의 상품기획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리 아이어코카가 주도해 개발했다. 그는 훗날 크라이슬러 CEO를 맡아 회사를 부활시키며 유명세를 더했다.
머스탱은 서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중산층 젊은층의 세컨카로 인기를 끌었다.올해 60주년을 맞이한 머스탱은 긴 역사 동안 한 차례의 생산 중단 없이 북미 베스트셀링 스포츠카이자 ‘아메리칸 머슬카’의 상징이 됐다.
한국에는 1996년 4세대 모델이 처음 들어왔다. 2005년 5세대, 2015년 6세대에 이어 올해 2월 7세대가 선보였다. 판매대수가 많지 않지만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 최대 토크를 쭈욱 뽑아내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차였다.
7세대 머스탱은 ‘마지막 내연기관’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혁신적인 변화를 거치며 진일보했다. 기존 파워트레인은 살짝 튜닝을 더했고 커넥티비티와 디지털을 보강했다.
우선 디자인이다. 1세대 머스탱 고유의 DNA를 계승한 긴 보닛과 짧은 프론트 오버행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머스탱 고유의 특징이다.
상부로 올라온 그릴 디자인과 3분할 LED 헤드램프는 1960년대 오리지널 머스탱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요소다. 그릴 밑에는 대형 공기 흡입구가 강인함을 더한다.낮은 지상고와 함께 날렵한 루프라인, 짧은 리어 오버행에서 아메리칸 머슬카 고유의 비율을 느낄 수 있다.
6세대 대비 넓어진 후면은 강인한 파워를 상징하는 쿼드 머플러 팁이 역동성을 더한다. 중앙에는 머스탱을 상징 하는 포니 엠블럼이 자리를 잡고 있다.측면에는 멋스런 19인치 카본 알로이 휠을 장착했다. 머스탱 특유의 강렬함을 배가시켰다.
외장 컬러는 무려 11가지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인테리어는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현대적으로 진화했다. 우선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은 12.4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매력이다.
여기에 13.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공조와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한다. 직관적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해상도부터 치 감각이 준수하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것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신한 요소다.
운전석 옆에는 다소 생뚱맞게 커다란 핸드 브레이크 레버가 달려 있다.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옛것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스타일이다. 재미난 부분은 과거 머스탱을 상징했던 드리프트 기능을 더했다.
주행 중에 레버를 당기면 강도에 따라 뒷바퀴 제동을 조절해 드리프트를 가능하게 해준다. 사실상 국내 도로 여건상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공터가 많은 미국에서는 종종 머스탱 드리프트 영상을 볼 수 있다.
운전석 12.4인치 계기판은 게임에서 사용되는 언리얼 엔진 3D(Unreal Engine 3D) 제작 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다양한 애니메이션 이미지들이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때마다 재미나게 구현된다. 3세대 머스탱 아날로그 계기판의 감성을 재현한 폭스 바디(Fox Body) 테마도 볼 수 있다.
크기는 전장 4810mm, 전폭 1915mm, 전고 1405mm로 스포츠카 특유의 날렵하고 낮은 차체를 보여준다. 축거는 2720mm에 달하지만 실내 공간은 무척 비좁다. 사실상 2열은 어린아이도 타기 힘들 정도다. 미국에서는 애완견 전용 좌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차중량은 5.0 엔진 무게가 더해지면서 1835kg에 달한다. 대배기량에 여러모로 연비에는 나쁜 물리적 수치다. 공인 연비는 7.2km/L다.
키를 지닌 채 차량에 다가가면 선명한 조랑말 ‘포니 퍼들’ 램프가 바닥에 투영되면서 전자를 맞이한다.밝기가 상당한 수준이라 지하 주차장에서 요긴하게 쓰이겠다. 운전석에 탑승하면 앰비언트 라이트 및 머스탱 스플래시 화면 작동으로 주행 본능을 깨운다.
시동 버튼을 꾸욱 눌렀다. 곧바로 천둥이 치는 것과 비슷한 중저음 배기음이 거세게 들려온다. 백미는 7세대 머스탱에 최초 적용된 리모트 레브 기능이다. 배기음을 즐기는 운전자들을 위해 자동차 엔진을 원격으로 고회전을 시켜 배기음을 증폭시킨다.
포니 엠블럼이 각인된 레브 버튼을 누르면 4단계로 배기음을 선택할 수 있다. 스포트나 트랙 모드로 바꾸면 RPM을 3,000에서 5,000까지 회전시키며 우람한 배기음을 만들어낸다. 센터 콘솔에는 무선 휴대폰 충전 패드를 탑재했다.
오디오는 12개의 고성능 스피커를 장착한 B&O 사운드 시스템이다. 미국차답게 중저음을 박력있게 재생한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가 가능해 티맵 사용이 가능하다.두툼한 D컷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운전의 신뢰를 더해준다.
파워트레인은 5.0L 4세대 코요테 V8 자연흡기 엔진이다.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최고출력 493마력과 최대토크 57kgm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참고로 기본형 2.3L 에코부스트는 2.3L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 319마력과 최대토크 48kgm를 낸다.
승차감은 전체적으로 단단하다. 노면 요철을 걸러내기 보다는 툭툭 쳐낸다고 할까.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는 운전이 꽤나 하드하다. 노면 상태를 온 몸에 전달한다. 대신 핸들링이나 몸놀림은 유럽차 못지 않은 즐거움을 더해준다.
공차 중량이 1.8톤을 넘고 차체가 길어서인지 조급 과격하게 코너에 진입하면 오버 스티어가 확 느껴진다. 마그네라이드 댐핑 시스템, 브렘보(Brembo) 브레이크를 탑재해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준다.
주행 중에 드라이빙 모드를 변경하면 엔진 반응과 변속비, 스티어링휠 강도가 바뀌면서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노말, 스포트, 슬리퍼리, 드래그, 트랙, 사용자 설정 등 6가지 주행 모드다.
이번에는 ADAS 테스트다. 포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코-파일럿 360 어시스트 플러스는 차선 중앙유지 기능이 확실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차선이 지워지거나 흐린 구간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속 100km 정도에서 급가속을 진행하면 배기음과 함께 리니어하게 속도가 올라간다. 연비는 시내주행에서는 5km/L 후반,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정도로 항속 주행을 하면 10km/L가 살짝 넘는다.
머스탱은 전형적인 대륙의 스포츠카다. 어메리칸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다. 중산층의 스포츠카로 날렵한 핸들링보다는 드리프트와 드래그 레이싱에 걸맞는 스포츠카다.
7세대로 진화한 머스탱은 5.0 자연흡기 특유의 두터운 배기음으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디지털 클러스터 등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편의성도 제대로 챙겼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내연기관 차량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에게는 마지막 선물이 바로 머스탱 5.0 GT다.
한 줄 평
장점 : 천둥이 치는 배기음..5.0 자연흡기 매력이 넘친다..예상보다 날렵한 어메리칸 머슬카
단점 : 대배기량 자연흡기가 사라질 때가 왔다..하드한 승차감은 역시 힘들어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