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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 전 회장에 불난 소액주주들…DB하이텍 주주대표소송 '직면'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4-12-10 11:47 | 최종수정 2024-12-11 11:08


DB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의 소액주주들이 DB그룹의 경영진과 임원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기 전 회장이 별다른 역할 없이 수년간 고액 연봉을 받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툭 하면 제기되는 리스크 부상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소액주주와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 김남호 DB그룹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사장, 양승수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배상을 위해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회사가 경영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손해가 예상될 때 문제가 된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DB하이텍의 주주대표소송은 소액 주주 플랫폼인 액트에서 전자서명을 통해 주식을 위임받아 진행하게 된다. 액트에는 10일 오전 11시 기준 소액주주 1534명, 지분율 5.35%가 모인 상태다.

DB하이텍 소액주주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김준기 전 회장 등의 고액 연봉 지급이다. 창업주이긴 하지만 현재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관련 기여도에 비해 과도한 급여를 챙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골자다. DB하이텍의 최근 주가는 연초 40% 이상 낮아지는 등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는 점에서 소액주주의 불만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월 2일 5만4800원이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12월 10일 3만1300원까지 낮아졌다. 김준기 전 회장의 고액 연봉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DB하이텍이 지나치게 오너일가를 챙기고 있는 듯 비치는 것도 소액주주들의 문제 의식을 키우는 요소다.

김준기 전 회장은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DB하이텍으로부터 34억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급여 산정기준은 '임원 급여기준에 따른 매월 지급액의 2023년 누적 지급분'이다. 2022에는 31억2500만원, 2021년에는 18억4500만원으로 매년 수령 급여는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연봉 30억8900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수령했다.

DB하이텍의 소액주주가 경영진의 급여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DB그룹 오너일가의 과도한 급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과 관련해 미등기 임원인 총수일가 2명의 고액 보수를 문제 삼았다. 미등기 임원인 총수일가 2명은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DB그룹 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김준기 전 회장은 비위 사건으로 인해 2017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지난 2020년 7월 장남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줬다. 그러나 2021년부터 계열사 DB아이앤씨, DB하이텍 등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일각에선 경영복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DB그룹은 경영복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50여 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에 대해 조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DB그룹은 밝혔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전 회장이 DB그룹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 선임과 관련한 논평을 통해 "최소한의 준법감수성도 없는 부도덕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급여와 임원으로서 혜택을 누리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폭행·성추행 관련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경영 행보를 이어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DB하이텍의 소액주주들이 DB그룹의 경영진과 임원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DB "과도한 연봉 아니다" 일축

DB그룹은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주주대표 소송 추진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소송 진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특히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고액 연봉 관련 사안에 대해선 문제를 삼을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회장은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회사를 성장시킨 당사자로 현재 그룹 총수이자 동일인으로서 지금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위기상황에서 그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회사발전을 이끌고 있는 만큼 고액연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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