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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세미 트럭에서 처음으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완전히 전소된 이 화재 사고에 관한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초기 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고의 정황은 다음과 같다. 테슬라 세미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전소되는 과정에서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다. 사고차량은 전소됐으며 이로인해 해당 도로는 수 시간 동안 폐쇄됐다.
세미 트럭은 리어 액슬에 있는 3개의 독립 전기 모터로 구동한다. 테슬라는 세미 트럭이 1마일(약 1.6km)당 에너지 소비량은 2kWh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식 배터리 용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략 주행거리 500마일(804km) 버전은약 850~900kWh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무게만 5톤이 넘는다.일반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80kWh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10배 정도 크다.
NTSB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새벽 3시 13분에 발생했다. 트럭이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나면서 두 번의 충돌이 발생했다. 첫 번째로 충돌한 것은 강철 기둥 위에 설치된 도로 경계 표지였다.
두 번째로 들이받은 것은 지름이 약 30cm인 나무였다. 이후 트럭은 나무에 기대어 멈췄고화재는 충돌 이후에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상황은 더 심각했다. 소방대원들은 도로를 안전하게 재개방하기 위해 약 5만 갤런(약 18만9270리터)의 물을 사용해야 했다. 진압 작업에는 14~15시간이 소요됐다. 열 감지기를 통해 측정된 최고 온도는 섭씨 540도에 달했다.
이는 알루미늄을 녹일 수 있는 온도다. 사람의 경우 근육층까지 손상되는 4도 화상을 입히는 데 필요한 온도의 약 4배에 달한다. 이러한 고온으로 인해 화재가 주변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소방대원들은 화재 주변 지역에 방화제를 뿌려 확산을 방지했다.
최근 테슬라는 물류 운송사로부터 대규모 세미 전기트럭 주문을 받았다
이번 화재 진압에 사용된 물의 양은 엄청난 수준이다. 높이 2.4미터, 둘레 10미터 크기의 탱크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이렇게 막대한 물이 투입된덕분에 다른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운전자가 도로에서 벗어난 이유와배터리가 손상을 야기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NTSB는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 밝혔다. NTSB는 또 이번 사고 당시 테슬라 운전자가 어떤 자동 운전 시스템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전기차의 안전성우려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트럭화재는 그 특성상 일반적인 차량 화재와 비교할 때 진압이 훨씬 더 어렵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일반 차량은 연료 탱크에 불이 붙는 경우를 제외하면 화재 진압이 비교적 수월하다.전기차는 배터리 셀 내부의 화재가 시작되면 이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증명됐다.
테슬라 세미 차량 내부
대형 배터리 팩은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충돌로 인해 배터리 셀에 손상이 가해지면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화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배터리 화재는 고온에서 지속적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화 방식으로는 쉽게 진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전기차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규제 기관 및 소방 당국에도 큰 숙제를 남겼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한 대응 전략을 재검토하고 더욱 효율적인 화재 진압 방법을 개발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한 배터리의 안전 설계와 충돌 시 보호 기술에 대한 연구도 필수적이다.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자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충돌 후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속히 진압할 수 있는 새로운 소방 기술과 장비도 필요하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전반에 걸친 안전 대책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기차의 대중화는 물론이고 상용화된 대형 전기 트럭이 물류 및 운송 산업에서 자리를 잡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향후 전기차 설계에서 화재 안전성이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배터리 화재대응책 마련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전기차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