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동병원협회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시급…아동병원 지원 및 시스템 개선 필요"

장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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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01 09:13 | 최종수정 2024-07-01 11:16


대한아동병원협회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시급…아동병원 지원 및 시스템 …
대한아동병원협회는 6월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성관 부회장, 최용재 회장, 이창연 부회장.  장종호 기자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우리나라 소아 의료 공백은 위기를 넘어 심각 수준이다.

정부 및 정치권은 저출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육아의 중요한 한 축인 소아 의료체계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아동병원협회(이하 협회)는 6월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붕괴되고 있는 현 소아 진료체계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동병원 응급환자 72%, 3차병원 이송 어려워…아동병원 90% '소아응급실' 역할 수행

협회는 이날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 실태 파악'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아동병원에 내원한 소아응급환자의 소아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 전원 곤란 역시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에 따르면 117곳 아동병원 중 50곳이 응답한 아동병원 설문 조사(실시 기간 6월 27~29일 오전)에서 구급차로 전원되는 매월 응급환자수 질문에 5건 이하라고 답한 경우가 56%였지만 6~10건 22%, 11~15건 4%, 16건 이상 6%였다. 한 아동병원은 120건에 달하는 119전원 환자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으며 응답한 전체의 90%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의 대체 역할을 수행하는 현재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지난 한달간 구급차로 이송받은 환자중 준중증 이상 환자는 몇 명이냐는 질문에 5건 이하 52%, 6~10건 10%로 각각 나타나 응급실이 없는 지역 아동병원이 준중증 응급 환자를 보는 비율이 높아 의료 사고 위험성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0건은 38%였다.

구급차로 내원한 중증 환자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 이송이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72%로 조사됐다.

아동병원이 중증 위급환자를 대학병원 전원시 한 환자당 연락해 본 병원은 몇 곳이냐는 질문에는 5건 이하가 90%로 가장 많았다. 6~10건은 6%였다.

중증환자 중 지난 한 달간 환자 거주 진료권역을 벗어나 전원되는 비율은 50% 정도였다. 이는 장거리 전원을 의미하며 자칫 '골든타임'을 넘어가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어 소아중환 이송및 수용 대책이 절실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비율을 보면 5건 이하 40%, 6~10건 2%, 20건 2%였다.

이에 대해 정성관 부회장(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응급 환자 이송이 안될 경우 그 환자에게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법적 책임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음은 물론 소아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의해 내원했을 경우 일반 진료를 전혀 할 수 없어 일반 환자들이 장시간 대기 중 상당수가 불만을 터트리고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응급 및 중증 치료로 인해 소아과 외래 간호사들의 혼란 및 불만이 가중되고 대기 중인 환자들이 마치 병원이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오인해 환자 보호자들이 아동병원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책적 대책이 마련돼야 소아응급환자도, 아동병원도 최상의 환경에서 최상의 진료와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연 부회장(부산 아이사랑병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800명 수준이지만 올해 100여 명으로 정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고 고년차 전공의가 수료하는 내년 초가 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거의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내년부터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면서 "올해 안에 대책을 마련, 조속히 시행해야 소아응급환자의 진료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소송 사건 이후 전공의 지원율 급감과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 및 의료 사고 부담감 증가로 인한 탈 소아청소년과화, 초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의 불투명한 미래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아 응급 환자 발생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과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및 정치권, 인적·물적 지원과 시스템 개선 필요…"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 키울 수 있어야"

협회는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 문제 해결을 위해 인적·물적 지원과 함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아동병원에도 대학병원에 지원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입원 전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협회는 또한 초저수가로 인한 아동병원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고 소아응급환자 치료 극대화를 위해 CT, MRI 등을 포함한 진단 및 치료 장비 투자를 국가 및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용재 회장은 "아동병원들은 CT나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검사장비가 없다"면서 "이런 장비를 구매하려면 몇천만원씩 들고, 유지할 여력도 없는데 장비를 사주든지 아동병원을 응급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협회는 소아 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내 '소아청소년 의료과'를 신설해 향후 더 심각해질 소아 진료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린이의 건강과 성장을 법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어린이 건강 기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정부 및 정치권에 호소했다.

최용재 회장은 "소아과에 오는 아기 엄마·아빠들은 사회 초년생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부 및 정치권의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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