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증했던 골프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팬데믹 기간 날개돋친 듯 팔렸던 골프웨어 매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특히 MZ세대 골프 열풍을 타고 시장에 대거 등장했던 신규 브랜드 상당수가 고전하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골프웨어 업계는 '서바이벌'은 물론, 새로운 시장 공략을 위한 대비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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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구 감소는 골프웨어 시장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월 국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골프 브랜드들의 매출이 10~20% 역신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포진한 지포어, 말본골프, PXG 등의 브랜드도 매출 감소세를 비껴가지 못했다. PXG를 보유한 로저나인의 경우 2020년 711억원이었던 매출이 2022년 1298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05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신규 브랜드들의 고전도 두드러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골프 시장 확대로 지난 2022년에만 50여개의 브랜드가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골프웨어 전문 업체들 외에 일반 스포츠웨어 및 아웃도어 업체들까지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골프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론칭 1~2년만에 매장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는 브랜드들도 생겨나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선보인 메종키츠네골프를 올해 S/S 시즌 후 접는다고 공식화 할 정도다.
다만 시장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골프 인구 성장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골프장 내장객 4170만명에 비하면 2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라는 것. 또한 젊은 층의 유입이 많았던 만큼, 향후 전망도 어둡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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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웨어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업계는 전방위적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선 프리미엄과 가성비 '양극화' 추세가 더욱 굳어지는 가운데, '진성 고객'의 브랜드 팬덤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전개하는 럭셔리 골프 브랜드 지포어(G/FORE)는 최근 글로벌 최초로 VIP 고객 초청 행사인 '지포어 인비테이셔널'(G/FORE INVITATIONAL) 골프 대회를 진행했다. LF '헤지스골프'는 브랜드 공식 일반인 앰버서더 '헤지스타'를 통해 주 타깃층인 3040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실적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클래식 브랜드의 경우 구력이 오래된 골퍼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매출 타격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와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브랜드들이 선전하고 있다"면서, "골프웨어 트렌드가 땀을 빠르게 말려주는 '흡한속건' 등 퍼포먼스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에 충실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경향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파리게이츠, 핑, 세인트앤드류스, 마스터바니 에디션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크리스에프앤씨의 경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최근 이탈리아 '하이드로겐' 지분 100%를 인수해 아웃도어 브랜드로 선보인데 이어, 하반기에는 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 '마무트(MAMMUT)'의 국내 전개를 진행한다. 최근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으로 소화하는 '고프코어'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 확대를 노리는 포석이다.
국내에서 해외로의 시장 확대도 또다른 자구책이다. 대표적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지난 2022년 분사시킨 자회사 슈퍼트레인의 왁(WACC)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 왁은 현재 미·중·일 등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로 인해 패션 역시 해외 시장 공략이 적기를 맞았다"면서,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