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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가다][인터뷰] 한인 후손들 "선물 같은 수교, 양국 더 가까워지길"

기사입력 2024-02-19 08:01

안토니오 김 한인후손회장 "뿌리 잊지않으려 노력…양국간 경제협력 기대"

독립운동가 딸 마르타 임 "후손과 한국 국민간 접촉 더 쉽고 빠르게 이뤄져야"

6세대까지 이어진 후손들 1천100여명 거주…젊은층 '한국 배우기' 나서기도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후손들에겐 같한 기쁨"(안토니오 김 한인후손회장), "선물 받은 것 같은 행복"(마르타 임 '독립운동가 임천택' 자녀)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사람들이 있다.

103년 전인 1921년에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한 뒤 이곳에서 터 잡고 살아간 한인들의 자녀, 그 후손들이 주인공이다.

안토니오 김(80) 쿠바 한인후손회장은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매우 감격스러운 한편으로는 이게 사실인가 싶었다"며 지난 14일 수교 발표 당시의 감정을 회상했다.

쿠바에서 나고 자란 김 회장은 1천100여 명의 쿠바 한인 후손 중 한 명이다.

독립유공자 김세원의 손자로, 할머니와 어머니 모두 한인 후손이다. 이 때문인지 평범한 한국인 어르신의 얼굴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남아 있는 한인 중 1세대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쿠바한인후손회 집계에 따르면 현재 6세대까지 이어진 쿠바 후손들은 항구 도시인 카르데나스를 비롯해 수도 아바나와 마탄사스, 카마궤이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김 회장은 그간 없었던 대사관이 아바나에 설치되면, 후손들이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한국 국민과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과 더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후손들에게 양국 수교가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한국과 쿠바가 이런 외교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항상 품고 있었고, 이번에 현실이 된 것"이라고 했다.

현재 후손들은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 중에선 쿠바 현지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팝과 K드라마 영향으로 스스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라 배우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는 그간 '한인 이민사'를 기록해 둔 독립운동가 임천택(1903∼1985·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선생과 자녀의 역할도 한몫했다.

2살 때인 1905년 어머니와 함께 멕시코로, 1921년 다시 쿠바로 이주한 임천택 선생은 마탄사스와 카르데나스에서 국어 교육을 주도하는 한편 1954년엔 '큐바이민사'(쿠바이민사)를 편찬해 1세대 쿠바 한인들의 이야기를 남겼다.

임 선생의 딸인 마르타 임(임은희·85) 씨(전 마탄사스 종합대 교수)도 지난 2000년 한인 이주사인 '쿠바의 한인들'을 펴냈다.

임씨는 "추가로 자료를 모아 새로운 저술 활동을 하고 싶은데, (자료 수집이) 녹록지 않았다"며, 한국과 쿠바 수교를 계기로 사료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는 "예컨대 일제 강점기 부친께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모국에 보낼 때, 한인 각 가정이 식구 수대로 쌀 한 숟가락씩 모아서 판 돈으로 뜻을 보탰다"며 "제 기억에 이는 모친께서 주도했는데, 이에 대한 자료가 뚜렷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두 한인 후손은 그러면서 한목소리로 쿠바 내 독립운동 유적지 발굴 등이 더 활발해지기를 희망했다.

임씨는 "수교는 (후손들이) 너무 오랫동안 꿈꿔 왔던 것"이라며 "한인 후손과 한국 국민 간 접촉이 더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면 좋겠다는 게 오랫동안 가졌던 제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나아가 경제난에 허덕이는 쿠바 내 한인 후손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한국은 가장 진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며 '새 친구' 쿠바에 유·무상 원조를 포함한 경제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walde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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