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도전을 선언한 DGB금융지주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회장추보추진위원회 후 연령 제한 개정은 축구 경기중 규칙 바꾸는 것"…금감원장 '일침'
현재 금융당국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취임해 2020년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은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 사업 다양화, 디지털 전환,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 도입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3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고려할 때, 조직의 안정성과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연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만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 15조는 회장 연령을 만 67세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1954년생인 김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개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사회가 연령 상한 규정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시작된 이후 현재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건 축구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DGB금융지주 회추위는 현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인 지난달 25일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개시를 결정하고, 회장 선임 절차 등을 마련한 바 있다.
또다른 걸림돌은 '사법리스크'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구은행장 겸직 당시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2021년 12월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사 수장이 모두 교체 수순을 밟은 데다 내부 규범 변경은 '셀프 연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김 회장의 3연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 이례적으로 길어져…연내 시중은행 전환 '불투명'
급물살을 탔던 DGB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도 암초를 만났다. 불법 계좌 개설 적발로 지난 8월 시작됐던 금감원의 검사가 길어지고,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 시점이 밀리면서다.
금감원은 대구은행 직원 수십명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000여개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 8월 9일부터 긴급검사에 들어갔는데, 연루 영업점과 계좌 수가 많아 이례적으로 검사가 연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검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돼,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9월 중으로 예정됐던 시중은행 전환 신청 시기도 10월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시중은행 전환 전담팀(TFT)'을 구성했고, 금감원 검사 중에도 인가 신청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그러나 연내 전환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은행법상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대구은행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했지만, 대형 사고로 인허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구은행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즉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상당 기간 자체검사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11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각종 금융사고 등이 발생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에 문제가 없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질의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법에서 정해진 여러 가지를 봐야하는데,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건전성, 대주주의 적격성 등 심사 과정에서 조금 고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금감원 검사 결과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가 드러난다면 시중은행 인가 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DGB금융지주에서는 "현재 TF팀에서 사업계획을 세밀하게 수립중이며, 인가신청서를 최대한 충실히 작성해서 신청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