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없고, 예약 어렵고"…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논란 현재진행형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2-09-15 14:50 | 최종수정 2022-09-16 08:45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가 내년 4월 1일 개편된다. 당초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2년간 연기가 됐다. 지난해와 올해 만료되는 마일리지 사용 기한도 각각 1년씩 연장됐다. 대한항공은 모두 소비자 편의성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대한항공 회원(소비자)의 반응은 다르다.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에 불합리한 쪽으로 바뀌는데다, 내년 4월 전에 마일리지를 다 써버리고 싶어도 쓸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이달부터 입국 전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를 폐지했다. 간편해진 입국 절차에 따른 여행심리 회복에 따라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소비자 불만은 높아질 태세다.

개편 전 비즈니스·일등석 구입 '하늘의 별따기'

최근 미국 여행을 계획 중인 가정주부 윤모씨(42). 내년 3월 31일 이후엔 지금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한 만큼 그간 틈틈이 쌓아둔 마일리지를 쓰기로 했다. 8월 말부터 2주간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틈틈이 접속하고 있으나, 항공권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온라인 포털의 여행 카페 등에선 마일리지 항공권에 대한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수기나 장거리 좌석은 거의 없다.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항공권이 있기는 한 것이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개편을 할 때 하더라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기회나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는 불만들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12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초 2021년 4월 시행예정이었지만, 2021년 1월 개편안의 도입을 2년 늦춰 2023년 4월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이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연장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고, 노선 및 운항 편수 감소로 좌석 자체가 줄었다. 대한항공은 9월 국제선 51개 노선에서 주 296회를 운항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국제선 28개 노선, 주 132회 운항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노선 운항율은 45%, 주당 운항횟수는 32% 수준에 그친다.


특히 마일리지를 이용해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나 퍼스트클래스(일등석) 왕복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지난 13일 대한항공 홈페이지 기준, 출국이 임박한 21일까지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이 일부 있지만 10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예매 가능한 좌석은 참기 힘들었다.

물론 같은 기간 이코노미석은 상대적으로 예약이 쉬운 편. 그러나 마일리지를 이용하려는 이들 중 상당수가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석·일등석 구매 또는 좌석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불만이 높을 만 하다. 다른 노선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보니, 일각에선 마일리지 제도 개편 시한을 추가로 더 연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대한항공은 내년 4월 예정대로 개편안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객 편의를 높이고, 글로벌 스탠다드(다수 해외 항공사 기준)에 맞춘 것"이라고 개편 취지를 설명한 대한항곡 측은 "마일리지와 현금을 동시에 사용해 항공권 발권이 가능한 복합결제도의 시범운영, 항공권 외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등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편안 시행 D-7개월 남짓 "연장 계획 없어"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의 핵심은 '지역별'로 적용했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운항 거리'로 변경한 것이다. 기존 북미ㆍ유럽ㆍ동남아 권역이 아닌 뉴욕ㆍ시드니, 발리 등으로 거리에 따라 세분화했다. 같은 나라라도 거리에 따라 차감 마일리지가 다르다. 개편 전 기준 뉴욕 기준 이코노미 항공권 구입을 위해선 현재 3만5000 마일리지가 공제되지만 개편 이후부터 4만5000마일이 필요하다. 프레스티지는 6만2500에서 9만으로, 퍼스트는 8만에서 13만5000마일로 공제율이 껑충 뛴다. 성수기의 경우 50% 추가 할증도 붙는다.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를 위해선 기존 대비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가량의 마일리지가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재도 개편을 통해 공제율이 감소한 노선이 더 많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비행시간이 4시간 이내인 단거리 노선에 해당되는 이야기. 가성비 측면에서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마일리지를 사용하기 위해 내년 3월 말 이전 항공권 구입을 서두르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마일리지는 항공사 입장에선 부채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조5675억원으로 매년 증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일리지 제도가 개편 되면 마일리지 항공권 구입에 따른 마일리지의 소진량이 확대 된다. 마일리지 적립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중심으로 상향됐지만 일반석은 하향 조정된다. 일반 고객이 마일리지를 쌓기 힘든 구조다. 소비자단체들이 '득보다 실이 많다'며 개악이라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항공사에 '2019년 1월부터 전체 공급 좌석의 5% 이상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할당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좌석 수 공개를 꺼리고 있어 고객 불만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전체 공급좌석의 5% 이상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정확한 좌석 수는 '영업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운항 노선의 비즈니스석 이상 마일리지 항공권 공급이 적어 경쟁이 치열한 반면 이코노미석은 많이 열려 있다"며 "부채 부담 해소가 아닌 소비자 편익확대방점을 둔 제도 변경이다"고 설명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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