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봉지라면, 용기면 등의 유탕면이 국내 식품 생산량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는 한번에 12계단이나 뛰어올랐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식품 생산량 1위 품목은 유탕면으로 총 193만1000t에 달했다. 전년보다 231.1%나 급증한 것이다.
생산량 급증의 1등 공신은 라면이다. 수출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체 유탕면 생산량을 끌어올린 것.
2020년 라면의 국내 판매액은 1조5620억원으로 전년보다 19.9% 감소했으나 수출액은 6억8711만달러로 49.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외국에서도 '집콕'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국 라면이 한 끼 식사이자 비상 식량으로 주목받은 영향이다.
또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라면 인기 상승에 기여했다.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내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미국 등 외국에서 관심을 끌면서 라면 등 유탕류를 비롯해 K-푸드들이 전체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실제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삼양라면이 등장하는 '대박 사건'이 벌어졌다. 전세계적으로 인기 광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을 타고 삼양라면은 자연스럽게 이름을 해외시장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누렸다.
이에 앞서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조용한 희망'에도 농심 신라면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 알렉스가 신라면을 먹는 모습이 PPL 수준으로 상당히 길게 등장했던 것. 이와 관련 농심은 "PPL을 진행한 것이 전혀 아니다. 우리도 드라마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며 "라면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우리 제품이 나오게 된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유탕면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식품은 탄산음료(186만9000t), 밀가루(182만4000t), 맥주(150만2000t), 설탕(142만6000t), 빵(133만1000t), 소주(131만5000t) 등의 순이었다.
그동안 국내 식품 생산량 1위를 보면 2016년 맥주, 2017년 밀가루, 2018년 탄산음료, 2019년 밀가루 등이었다.
유탕면 다음으로 2020년 수출액이 많은 식품은 기타 수산물가공품(3억1551만달러)과 조미김(3억994만달러) 등이었다. 2019년 수출액 1위는 즉석섭취·편의식품류(5억3775만달러)였다. 유탕면은 2위였다.
이러한 수출액 증가 등으로 라면 3사의 2020년 영업이익도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농심은 영업이익이 103.4%나 뛰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오뚜기 영업이익도 33.8% 증가했다.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9% 늘어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의 지난해 실적은 크게 부진했다.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3.8% 줄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0년보다 각각 16.1%, 31% 감소했다.
라면 3사는 투자 설명자료 등을 통해 공통적으로 원자재·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 탓에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비용상승 못지않게 재작년에 라면이 너무 잘 나간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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