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가 하면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re-sell·희소성 있는 제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 플랫폼 '크림(Kream)'이 가품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투명한 정보공개와는 다소 거리가 먼 듯한 크림의 태도가 오히려 소비자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크림에서 진품으로 인증받은 제품이 다른 곳에서 가품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슈가 확산되자 크림은 직접 재검수를 하겠다고 나섰으나, 한번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아보인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리셀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웃도는 경우도 있어 중개 플랫폼의 신뢰도는 이용자의 충성도와 직결된다. 문제의 운동화가 진품인지 명확히 규명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리 과정과 시스템이 향후 이용자들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크림의 재검수 방식과 사후 대처법 등이 얼마나 소비자 눈높이에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네이버의 스니커즈 리셀 시장 진출로 주목받던 크림, '가품 의혹' 이후 제동 걸리나
크림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스니커즈 리셀 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미 몇년전부터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는 아웃오브스탁, 엑스엑스블루 등 다양한 중소업체들이 진출해있었으나, 수수료와 배송비를 과감하게 없앤 크림이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크림은 네이버 최대 스니커즈 카페인 '나이키 매니아'와 독점 광고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가품 의혹'으로 인해 잘나가던 크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10일 네이버 카페 나이키 매니아에는 '크림에서 구매한 조던1 옵화unc가 다른 플랫폼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나이키 매니아의 회원 A씨는 자신은 일본 거주중으로, 일본에서 유명한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스니커덩크'에서 크림에서 구매한 제품을 판매를 하려했으나 가품 판정을 받아 판매를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스니커덩크 측은 제품의 태그와 스웨이드 부분의 컬러, 제품이 담겼던 상자의 프린트 등이 정품과 크게 다른 부분이 많아 당사의 감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씨가 또 다른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에 정가품 여부를 한번 더 의뢰해본 결과, 이 역시 가품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은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크림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원하는 판매자는 크림이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검수센터의 기준을 통과한 후에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크림 관계자는 "상품의 정가품 여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실물 회수 및 재검수를 진행하고자 구매자 측에 회수 요청을 보냈으나, 구매자 측으로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최종적으로 가품 판정 시 정책에 따라 환불처리 및 구매가의 300% 보상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크림은 공지를 통해 "해당 제품과 동일한 모델에 대해서도 전량 회수 및 재검수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크림의 재검수 방식에 있어 얼마나 객관성이 확보될지 소비자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크림 측은 현재 "실물을 재검수 한 후에는 판정결과와 판정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공지만 한 상태다. 즉 어떤 방식으로, 누가 재검수를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재 크림 측에 따르면 다른 플랫폼들과 마찬가지로 크림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품 판정을 오래해오던 전문가들을 영입해 스니커즈 검수를 맡기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가품이라 느끼고 이를 고객센터에 문의할 경우 조치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이미 크림에서 진품 판정을 받은 제품을 가품이라고 다시 밝혀내기엔 어렵다.
제품에 대해 사람이 직접 검수를 하기에 이번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최선의 방법은 소비자들이 믿고 검수를 맡길 수 있도록 검수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가품 판정단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소비자들이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는 대화채널을 오픈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크림이 재검수 방식에 대해서조차도 외부에 공개한 것이 없어 이번 가품 논란에 휩싸인 제품과 동일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1차에서 진품 판정을 내렸던 판정단이 재검수에도 참여하게 된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크림은 "자사는 작업자의 숙련도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오판정을 차단하고 보다 정확한 검수를 위해 정가품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의 정가품 사전판정 시스템을 개발 및 설비를 구축 중에 있다"며 "시스템 완성 및 테스트가 완료된 후 서비스에 적용 및 상품화를 통해 차별화되는 거래지원 및 검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의 도입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내부 기밀이라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해진 전 의장이 '제2의 라인'이라고 자신했던 스노우 '적자행진', 수익모델로 내세우던 야심작 크림마저 소비자들 실망감 커져 '어쩌나'
스노우는 지난 2015년 9월 출시한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카메라 앱 '스노우'로 널리 알려진 회사로, 2016년 8월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할됐다. 스노우는 출시 이후 약 10개월만에 전세계 다운로드 수가 4000만건을 넘어서는 등 국내는 물론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스노우가 '제2의 라인'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여러 회사로부터의 러브콜도 거절하는 등 스노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에도 스노우에 7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지금까지 총 327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스노우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스노우는 카메라 앱 스노우를 비롯해 생방송 퀴즈쇼 잼라이브와 캐릭터 제작 앱 제페토 등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지난 2017년 722억원을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18년엔 609억원, 지난해에는 8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빠른 시기에 새로운 수익모델과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경영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 이러한 맥락 속에서 스노우가 최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주목했으며, 고객 충성도를 키우고 다양한 수익사업으로의 확장을 구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미진 크림 리더 역시 "크림은 단순한 거래 중개 플랫폼을 넘어, 스니커즈와 리셀 시장을 즐기는 고객들이 상품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향후에도 셀럽들의 소장품을 오프라인에서 전시하는 등 온·오프라인 연동형 서비스와 이벤트를 통해 스니커즈 향유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겠다"고 크림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규모는 현재로선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두번째로 많이 거래된 품목이 스니커즈로, 총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한 410억원이었다.
특히 스니커즈 리셀은 최근 몇년 동안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4년 출생자)를 중심으로 신종 재테크의 방법 중 하나로 불리운다. 이에 따라 젊은 층에게 친숙한 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리셀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새로 진입하는 브랜드나 유통채널이 늘어나는 만큼 선택지가 다양하기에, MZ세대들의 높은 충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MZ세대들이 조건이 더 좋거나 믿을 만한 플랫폼이라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스니커즈의 리셀 시장의 역사가 짧아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번 의혹과 관련해 크림의 대처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림은 네이버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시장에 진출한 만큼, 한 때 업계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메기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가품 의혹과 관련해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화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대가 컸던 만큼 크림은 물론 스노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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