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주요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지난달에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간 데다, 직장인 추석 명절 상여금 등으로 일부 대출이 저절로 상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의 전월 대비 증가액은 6월 말에 2조8374억원, 7월 말에 2조6810억원을 기록했고 8월에는 전월 말보다 4조705억원이나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는 8월 말보다 2조11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8월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9월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6000억원 늘었다. 8월의 8조4000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은 3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이처럼 은행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줄어든 데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대출 속도 조절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달 신용대출 감소세가 주춤한 데는 정책 효과가 가장 컸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초저금리 흐름을 보이고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자금으로 투자) 움직임이 강해졌다. 경기 부진에 생활자금 대출 수요도 커져 은행권 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났다.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들어 24일까지도 2조6116억원 뛰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3영업일 간 5000억원이 감소했다. 담보가 없어 부실 위험이 높은 개인신용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에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내게 하는 등 규제 신호를 보냈고, 이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줄이기에 나섰다.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들은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에 가계대출 잔액 현황과 관리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맞춰 고소득·고신용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기도 했다. 신용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의 생활자금 용도의 신용대출을 막지 않으려면, 결국 고소득·신용자들이 주로 받는 우대금리(금리 인하 혜택)와 수억원에 이르는 한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대금리 축소를 통한 신용대출 금리 인상도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1일자로 대출 우대금리 폭을 줄였고 우리은행도 24일을 기준으로 최고 우대금리를 낮췄다. 그만큼 대출 금리는 올라갔다. 국민은행은 우대금리 축소에 더해 신용대출 최대한도도 줄였다.
월말에 많은 직장에서 추석 상여금이 입금된 것도 월말 대출 잔액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옥죄기의 본격적인 영향은 이달부터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상승세 둔화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61조4255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4419억원 증가했다. 이미 체결된 주택매매·전세계약과 관련한 대출이 시차를 두고 취급된 것이란 금융위의 해석이다.
올들어 급감했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다시 늘었다.
올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연 0∼1%대로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아 자금을 빼내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많이 빠져나갔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게임즈 등 굵직한 공모주 투자금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기준 5대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35조796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조1762억원 증가했다. 초저금리 시대 속 이례적 급증세로, 자산가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강해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차주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심사해 대출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가계 부채 증가세가 경제 위험 요인이 되지 않는지 관리할 방침이다. 또한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보며 불안 요인이 이어질 경우 필요한 관리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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