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경마]한국마사회, 경주마 은퇴설계사로 나선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8-14 07:05


경주마 은퇴 후 승용전환을 위한 순치 조련 교육 장면. 사진제공=한국마사회

100세 시대에 은퇴 이후의 삶은 누구에게나 고민이다.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우리나라 퇴직자 중 절반 이상이 은퇴 후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30%가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주마들도 사람과 비슷하다. 경주로에서 은퇴한 말들을 경주 퇴역마라 하는데, 전체 경주 퇴역마 중 대부분이 승용마, 번식용, 교육용 등 다른 커리어로 제 2의 마생(馬生)을 시작한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퇴역마들은 마생 이모작을 위해 훈련을 다시 받기도 한다. 일부 퇴역마들은 '은퇴이민'도 준비하고 있다.

마주 주도로 퇴역마 관리하는 미·영·프, 독자정책 수립한 일본

말의 평균 수명이 약 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주 퇴역마 활용 방법은 전 세계 경마계의 어려운 숙제다. 미국, 영국, 프랑스처럼 말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은 말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번식용, 승마용, 도축으로 퇴역마 용도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퇴역마들이 승마용으로 용도가 결정되고, 승용마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재훈련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경마 관계자들이 모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미국의 TAA(Thoroughbred Aftercare Alliances), 영국의 RoR(Retraining of Racehorses), 프랑스의 ADDP(Au Dela Des Pistes)가 대표적이다.

일본도 경주 퇴역마의 승용마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에 미국의 한 동물권단체가 일본 구마모토 도축장 현장을 공개하며 당시 큰 파장이 일었다. 해당 동물권단체는 일본으로의 경주마 수출 금지를 주장하며 일본중앙경마회에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을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일본중앙경마회는 자국 법과 문화를 반영하여 경주 퇴역마를 위한 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하고 경주 퇴역마들을 승용마로 재훈련시키는 목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마주와 민간목장 주도로 승용마로의 전환이 활발한 편이다.

국내에서도 퇴역마 복지를 위한 노력이 계속 있어왔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 경주마의 후생을 염두에 두고 2014년부터 '말복지위원회'를 구성하여 말 복지 정책과 제도 수립을 위한 자문을 구해왔다. 지난해 부적절한 말 도축 과정이 이슈가 된 이후에는 '말 복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말 복지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은퇴식에서 마지막으로 달리는 모습을 선보인 경주마 클린업조이.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주 퇴역마, 직업훈련 거쳐 '승용마'로 직업변경

한국마사회는 올해 '경주퇴역마 관리체계 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승용 전환 실용모델을 개발하고, 승용 적합성 대회(BRT, Best Retired Thoroughbred)를 개최하여 경주 퇴역마의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승용마 전환 전문 조련 시설을 지정하고 경주마의 소유자인 마주의 신청을 받아 승용마 전환 조련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주 퇴역마들이 안전하게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승용마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돕고 승마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일석이조 정책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5년 후 300두 이상을 승용마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경주 퇴역마 승용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으로 운영된다.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은 퇴역마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마주, 조교사, 기수들이 상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한국마사회가 매칭하여 조성하고 있다.

');}
한국 경주 퇴역마, 말레이시아로 '은퇴이민' 가기도

우수한 경주 퇴역마를 수출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다.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지에서는 경주마를 수입하여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주 퇴역마들은 상당한 주행수준을 갖추었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마사회는 제주도, 서울마주협회, 말레이시아 로얄사바터프클럽과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말레이시아로의 퇴역마 수출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올해 약 30두가 수출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문제로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수출을 추진하여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경주 퇴역마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로의 '은퇴이민'으로 제2의 마생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지난해부터 말의 전 생애 과정을 추적하는 말 이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말이 태어나서 경주마로 활동하다 은퇴 이후 생을 마감하기까지 모든 일생을 추적하여 말의 용도를 확인하고 보호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처럼 말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말산업육성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말 이력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말의 생애주기별 관리가 가능해져 말 복지가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아직 대어는 없다" 7파전 신인왕 경합...팀성적도 고려대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