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시장이 점차 성장하는 추세에 따라 대표적인 수면 제품인 침대와 매트리스 제품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침대업계 대표주자이자 고가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광고비용과 비교해 신제품 개발 등에 들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라는 점이 논란을 낳아왔다.
3년 간 광고비로 매출액의 10% 들이면서 제품 개발에는 단 1%만 투자
에이스침대의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1분기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금액은 116억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액 665억여원의 17.52%에 달한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2019년에 사용된 광고선전비 액수도 어마어마하다. 각각 290억원과 317억원, 318억원을 사용했다. 이를 매출액과 비교하면 평균 10%가 넘는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달리 제품 연구 및 개발에 해당하는 R&D 부문에 들이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것으로 보인다.
동일 기간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사용된 금액은 지난 2017~2019년 각각 17억과 14억, 16억원이다. 이를 매출액과 비교하면 각각 0.86%, 0.64%, 0.60%로 평균 0.7%에 불과하다.
다른 침대업체이자 가구업체인 한샘은 연결 기준 2019년 매출액 1조7023억원 가운데 광고선전비로 1.5%를 사용했다. 연구개발비로는 1.81%를 지출했다. 또 다른 업체인 현대리바트의 경우에도 2019년 매출액 1조2376억원 중 광고선전비와 R&D부문이 차지하는 액수가 모두 1% 내외였다.
이들 모두 매출액의 1% 정도를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은 비슷하지만, 에이스침대와 달리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광고비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광고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비 지출엔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에이스침대는 "공시에 알려진 내용을 제외하고는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 2018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국내 침대 제조사들의 재무현황을 통한 침대 가격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가구업계 평균 광고비보다 높은 비용을 사용하면서 '좋은 침대'의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출시 초기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문구로 업계 선두주자를 꿰차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행해 왔다.
그러나 이와 달리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비에는 그다지 많은 액수를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의문을 표했다.
이어 협의회는 에이스침대가 사업보고서 내에서 '스펀지와 경강선, 목재, 도료 등'으로 선정한 '원재료'의 가격 상승 폭과 제품 가격 인상 폭 간 차이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협의회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에이스침대의 기준 단위당 가중 평균 원재료 가격은 단지 0.3%(7원)만 올랐는데, 이와 달리 동일 기간 평균 제품가격은 103만3000원에서 116만5000원으로 12.8%나 인상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의회는 "과도한 인상 가격이 소비자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면서 "침대 제조사들이 제품 혁신과 유통구조 변화를 통해 정당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가격 구조로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에이스침대 측은 "특별히 설명드릴 부분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어려운 경제상황 의식 않는 초특급 프리미엄 전략…서민들엔 관심 없나? 리딩브랜드로서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나 고민 아쉬워
최근 침대와 매트리스 시장에 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제품들을 선보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매트리스 렌탈 사업을 개시한 웅진코웨이는 시장 진출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퍼시스그룹의 폼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slou) 역시 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지누스, 삼분의일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한 업체들도 생겨났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 가심비 등을 앞세운 합리적인 측면이 매우 강조되는 추세인 점도 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향후 메인 소비층으로 거듭날 Z세대는 시장 점유율이나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축적된 정보력, 직접 제품을 이용한 지인의 추천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보인다.
이 같은 트렌드와 달리 에이스침대와 이들 자회사인 썰타코리아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안 회장은 지난 2002년 대진침대로부터 미국 침대브랜드 '썰타(serta)'의 국내 라이센스를 인수한 바 있다. 그러다 13년이 지난 2020년 1월 국내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안 회장은 그동안 썰타의 브랜드 라이센스를 보유중임에도 불구, 이를 활용한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었다. 때문에 침대 업계에서는 썰타코리아의 한국 시장 진출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시기가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경영진들의 판단 배경이 의아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썰타 제품 가격대를 통해 예상되는 주력 고객층 설정과 관련해서도 많은 의문이 든다. 한국과 해외시장에서 모두 판매중인 제품 '퍼펙트슬리퍼 DX200' 가격은 퀸 사이즈 기준 140만원 대다. 이와 달리 한국 시장을 겨냥한 '밸런스퓨전 LX400' 제품 가격은 280만원대로 구성, 국내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주력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는 썰타의 프리미엄 전략이 최근 침대업계 내에서 불고 있는 소비 트렌드와 다소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성비를 최고로 따지는 소비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경쟁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등 여의치 않은 일련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미 침대업계 내 1위 자리를 고수중인데 굳이 프리미엄급 해외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아하다는 평이다.
또 일부 독과점 우려 논란에 대해 에이스침대는 "아직까지 점유율 등 부분에서 에이스침대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최근 침대업계 내 브랜드 다변화로 인해 에이스침대가 압도적인 시장 독점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스침대는 신사업을 통한 매출 확대의 기회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모습이다. 에이스컨소시엄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연 매출 5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 '스포츠토토'의 차기 수탁사업자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이스컨소시엄은 에이스침대와 엠파크, 토스, 한글과컴퓨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선 해당 투자를 단행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매출 확대를 위한 사업 기회의 다각도 모색에 대해 기업 이미지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앞에서 알려진 여러 추측과 시각에 대해 에이스침대는 "회사 차원에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업계를 이끄는 브랜드로서 이윤 창출을 대전제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것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를 낸다. 더 나아가 에이스침대의 고도화된 국산 기술력으로 더 나은 서브 브랜드 등을 출시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라는 의견도 보태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Z세대를 위한 저가형 제품 라인업 구성이나 하위브랜드 론칭, 신제품 개발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 가성비가 높고 합리적인 소비에 더 많은 지출을 하는 성향을 보인다"면서 "이들이 더 이상 광고만으로 제품을 판단하지 않는 만큼, 광고선전비보다 연구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려는 영업전략 노선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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